‘문화체육관광부’ 현판, ‘국순당 명작’ ‘1박2일’ ‘가족만세’ 등의 글씨를 쓴 효봉 여태명(58·원광대 서예과) 교수는 문자 예술가다. 그의 글씨는 재미있다. 모양새가 삐뚤빼뚤하지만 그림 같은 글씨다. 표정이 살아있는 글자의 혼이 춤을 추는 그의 글씨는 ‘민체(民體)’로 명명된다. 이른바 ‘여태명체’다.
우리의 그림을 민화로 부르듯이 한글이 반포된 이후 서민들이 사용하였던 서체를 민체로 이름 지어 역사적인 배경을 정리한 작가 여태명 교수의 한국미술상 수상 기념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로 4길 18(낙원동) 프레이저스위츠호텔 지하 1층 한국미술센터(관장 이일영)에서 26일까지 열린다. 전시 타이틀은 ‘문자가 내게 다가왔다’. 시상식은 17일 오후 5시30분 개최된다.
한글에 담긴 조형의 아름다움을 아우름으로 빚어낸 여 교수의 작품들은 민족의 미학으로 완성됐다. 추사 김정희가 거센 중화의 바람 속에서도 우리의 것으로 독창적인 서체를 일구어낸 것과 일맥상통한다. 여 교수의 작품은 그림과 글씨의 단순한 조화를 넘어 그림이 글씨로 쓰이고 글씨가 그림으로 그려지는 작품이다.
한국미술상은 한국미술에 담긴 승화된 예술성을 널리 알리려는 뜻을 담아 국내외 전시기획에 주력해온 한국미술센터가 2006년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했다. 한국미술의 지평을 열어가는 정예 작가, 작품 활동에 드러난 예술성과 한국미술의 발전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기준으로 올해 9회째다.
역대 수상자는 2006년 서양화: 지석철, 한국화: 원문자, 2007년 서양화: 황용진, 2008년 서양화: 이두식, 한국화: 한진만, 2009년 한국화: 박인현, 2010년 서양화: 이광수, 2011년 서양화: 정현숙, 2012년 한국화: 김춘옥, 2013년 조각: 엄혁용 등이다.
올해 서예·문인화 부문 수상자인 여 교수는 그동안 개인전 15회를 열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중국미술관, 독일교통역사박물관, 칠레대사관 외무성, 러시아 모스크바 동양미술관, 모스크바 대학, L.A UCLA대학, 하와이대학교 등에 소장돼 있다.
한국캘리그래피디자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한국민족서예인협회 회장, 중국 노신미술대학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원광대 미술대학 순수미술학부 서예, 문자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별전에서는 ‘시를 담은 작품세계’가 마련된다. 정예 시인 11인의 대표시를 한글서예와 그림으로 승화시킨 여 교수의 작품으로 만든 격조 높은 아트상품 특별 전시다. 전시 이후 세계 주요국 대사관에서 열리는 해외 전시를 추진하고 있다.
여 교수는 글씨와 그림은 그 근본이 같다는 옛 화론의 논란을 넘어서 먹과 붓을 사용한 동양문화의 가장 승화된 예술이 글과 그림의 어울림에서 이루어진다는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정신인 한글에 담긴 무한한 의성과 의태의 장점을 깊숙하게 꿰뚫어 부대끼고 흔들려온 민초의 감성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김후란 시인의 ‘꽃 한 송이 강물에 던지고 싶다’, 김용택 시인의 ‘사람들은 왜 모를까’를 비롯해 ‘홀로 앉아 있는 새’ ‘한여름밤의 소나기’ 등 시·서·화(詩·書·畵)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관람객들을 서정의 세계로 초대한다(02-6262-811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민체 창안한 여태명 교수 한국미술센터서 10월 26일까지 한국미술상 수상전 '문자가 내게 다가왔다'
입력 2014-10-17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