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가 김선형(52·경인교대 교수) 작가는 자연을 모태로 ‘마음의 정원’을 화폭에 옮긴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정원이 펼쳐진다. 새벽안개로 뒤덮인 숲 속 어딘가에, 커다란 꽃망울 위에, 깎아지른 절벽 위에는 파랑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한국 전통의 청화(靑華) 도자를 보는 감흥에 사로잡힐 듯하다.
작가는 2006년부터 ‘프러시안 블루’에서 ‘울트라마린’까지 다양한 푸른 계통의 색으로만 작업하고 있다. 그에게 푸른색은 밤에서 아침이 올 때, 혹은 새벽녘에 만나볼 수 있는 시공간의 경계이자 시작과 끝을 알리는 원점이다. 수성 안료인 석채와 아크릴로 붓질한 한지 위에 물을 뿌려 세월의 흐름을 만나게 되는 작업이다.
그의 푸른색은 서양의 코발트빛 블루 톤과는 사뭇 다르다. 활달한 채색에서 삶의 굽이 같은 걸 느낄 수 있다. 자연스럽게 혹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번져나간 푸른색은 작가가 느끼는 ‘자연성에 대한 경외감’을 담고 있다. 어딘가로 날아가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 그림 속 파랑새는 자연 속에서 자유를 만끽하지 못하는 외로운 현대인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의 52번째 개인전 ‘청화오곡(靑華五曲)’이 11월 26일까지 서울 역삼동 KDB대우증권 WMC역삼역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오곡은 우주만물의 노래를 뜻한다. 자연의 소리를 인간의 삶에 비유한 그림들이다. 작가는 “형상도 중요하지만 내재된 기운과 힘도 중요하다”며 “그림을 통해 회복하고 싶은 것은 결국 마음이며 마음은 자연에 살면서 회복해야 하는 이성”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1월 16일까지 열리고 있는 ‘조선 청화, 푸른빛에 물들다’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1주년 기념으로 21일부터 개최되는 ‘정원’ 전에서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정동의 청안갤러리 윤선영 관장이 기획했다. 푸른 언덕의 의미를 가진 청안(靑岸)갤러리의 컨셉트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푸른빛의 작품을 보면서 청운의 꿈을 품어보는 것은 어떨까(02-568-034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푸른빛 마음의 정원 김선형 개인전 '청화오곡' 11월 26일까지 역삼동 대우증권 아트스페이스
입력 2014-10-17 0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