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풀고 나면 울게되는 고3 시험… “선생님 멋져요”

입력 2014-10-16 17:15 수정 2014-10-16 17:18

‘대한민국 고3’은 그 자체로 마음이 짠해지는 단어입니다. 그런 고3 제자들을 생각하는 선생님에 진심이 네티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자신을 고3이라고 밝힌 한 트위터리안(@ja********)은 지난 14일 “우리 학교 3학년 졸업고사 마지막 문제”라며 시험지를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사회인이 되기 위한 기본 상식’이라면서 문장의 빈칸을 채우는 문제가 적혀있는데요, 아마 윤리 과목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완성해야 하는 문장은 모두 6개입니다. 문장 중간에 1~2개의 글자가 빠져있고 괄호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한번 풀어볼까요?

① 옛날, 자식이 부모가 돌아가신 후 부모에 대한 보은과 효도를 다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지낸 장례방식은? ( )상(喪)

② 면접을 보느라 ( )이 콩알만 해졌다.

③ 난 너보다 다섯 ( )는 앞서 있다.

④ 젊어서 ( )생은 사서라도 한다.

⑤ ( )빛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고 있었다.

⑥ 모든 일들이 ( ) 잘 풀리길 빈다.

뭔가 조금 이상하지요? ‘사회인이 되기 위한 상식’이라고 보기에는 어딘가 어색합니다. 문제를 풀던 학생들도 갸우뚱했을 겁니다.

비밀은 문제가 아니라 답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모든 빈칸을 채우고 나서 연결해보니 이런 문장이 보입니다.

‘삼년간 수고했다’

이 문제에서 풀어야했던 건 상식이 아니라 선생님의 진심이었던 겁니다.



해당 글은 16일 기준 4000회 이상 리트윗 됐습니다. 이미지로 캡처 돼 페이스북 커뮤니티까지 퍼져나갔죠. 페이스북에선 1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너무 감동적이다” “출제하신 선생님 정말 멋져요” 등의 댓글이 가득합니다.

선생님의 센스는 3번 문장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 나오는 캐릭터 대사거든요. 학생들과 친구처럼 소통하는 선생님의 평소 모습이 절로 그려집니다.

한 네티즌은 “문제를 다 못 풀어서 메시지를 못 본 학생들도 있을 것”이라며 농담 반 진담 반의 댓글을 적었습니다. 그런 학생들까지 고려해서 선생님은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넣은 거 아닐까요? 빈 칸을 채우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게 “모든 일들이 잘 풀리길 빈다”라고요.

이렇게 제자들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선생님이 있었다는 사실, 학생들이 오래오래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