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신경 척수염 장병을 한달간 방치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증세가 악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육군 36사단과 이 부대 소속 서모(21) 일병의 가족 등에 따르면 서 일병은 지난 6월 말쯤 소속 부대의 예비군 야외 훈련에 인솔 병사로 참가했다가 몸살과 미열 등 감기 초기 증상과 유사한 증세를 호소했다.
그러나 행정병 업무가 많아 의무실도 가지 못한 채 민간 약국에서 구입한 감기약을 먹은 것이 전부였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지난 1월 7일 춘천 102 보충대를 통해 입대한 서 일병은 지난 2월 육군 36사단 예하 태백지역에 주둔하는 부대에 배치, 줄곧 행정병으로 복무했다.
이후 서 일병은 증세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은 데다 양쪽 허벅지 안쪽의 가려움 증세가 더욱 심해지자 한 달여 만인 지난 7월 31일 국군 강릉병원에서 첫 외진을 받았다.
이때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군의관의 진단에 따라 감기약만 처방받았다.
결국 서 일병은 이튿날인 지난 8월 1일 하지 마비 증세를 보여 부대와 가장 가까운 민간병원인 태백 중앙병원으로 옮겨져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끝에 '척수염 의증' 진단을 받았다.
당시 부대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가족은 서 일병을 강릉 아산병원으로 옮겼으며 사흘 뒤인 지난 8월 3일 서울 아산병원으로 이송했다. 서 일병은 이곳에서 '뇌신경 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서 일병의 어머니 원모(54)씨는 "민간 병원으로 옮겨지고 나서 처음 찾아갔는데 그때 이미 하반신 마비 증세를 보일 정도로 악화한 상태였다"며 "아들의 체중이 한 달 만에 11㎏이 빠졌는데도 부대에서는 나 몰라라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민간병원으로 옮겨진 이후 70여 일째 치료 중인데, 지난 14일에는 한 때 심정지 상태까지 갔다가 겨우 의식을 되찾았다"며 "초기 증세 때 제때 치료를 받았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해당 부대 측은 "해당 병사가 감기 증세를 호소했기 때문에 단순 감기인 줄 알았다"며 "병사의 부모가 제기한 초기 대응이나 군 의료체계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감찰조사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뇌신경 척수염 장병 방치해 상태 악화…70일간 입원 치료 중 한때 심정지
입력 2014-10-16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