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소비자원 리콜 권고에 ‘꼼수’ 부리다 백기투항?

입력 2014-10-16 13:38 수정 2014-10-16 13:43

본지 보도에 공지 급수정… 하지만 ‘결함’ 사과 없이 “사전 A/S 차원” 또다시 거짓 홍보
“동네 구멍가게보다 못한 글로벌 기업” 비난 봇물

필립스코리아(대표: 도미니크 오<사진>)가 믹서기 제품 3종에 대한 한국소비자원의 리콜 권고에 무료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것처럼 ‘꼼수’를 부리다, 국민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공지사항을 급수정하는 ‘촌극’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자사 제품의 문제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또다시 ‘사전예방조치’ 차원에서 이뤄지는 서비스인 것처럼 꾸며, 사정을 알지 못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칭찬을 받는 등 웃지못할 코미디까지 연출되고 있다.

이에 세계적 글로벌 기업인 필립스가 동네 구멍가게보다도 못한 꼼수로 한국 소비자들을 또다시 우롱하고 있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지난 13일 필립스 전기 믹서기 제품의 칼날부 베어링에 부식이 발생하는 현상을 확인하고 필립스측에 시정조치를 권고했다. 이에 필립스코리아는 소비자원의 권고를 수용하고 해당 제품에 대한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정상적인 후속조치가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필립스는 자사 홈페이지(www.philips.co.kr) 공지에 ‘무료 칼날 업그레이드’라며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제품의 성능을 높여주는 것처럼 생색을 내 소비자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또한 회원 접근성이 홈페이지보다 월등히 높은 네이버 카페 ‘필립스 맘’에는 공지를 전혀 하지 않는 등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언론보도가 시작되자 필립스측은 15일 저녁 긴급히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수정하고 네이버 카페에도 부품교환 내용을 게시했다. 또한 “확인되는 범위 내에서 구매자들에게 개별 이메일 연락이라도 취할 수 있는 지 검토 중이다”는 입장을 전하며 발 빠른 대응을 보였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수정된 공지내용을 확인한 결과, ‘결함’에 대한 언급은 없이 “필립스 믹서기 3종을 권장사용 시간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해결을 위한 사전 예방 조치”라고 덧붙여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결함에 대한 사전예방조치로 표현하는 등 달라진 게 없는 면피성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네이버 카페 ‘필립스 맘’에는 방문객들이 부품무상 교체에 대한 배경을 모른 채, 공지 내용만을 보고 “역시 필립스네요~ 미래에 다가올지도 모르는 a/s에 대한 무료 업글이라니..... 많은 필립스매니어들이 환영하겠어요 역시 필립스네요~”, “고객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필립스 넘 좋아요~~!! 카페 회원인게 자랑스럽네요..ㅎㅎ”라며 필립스의 선견지명 A/S에 대한 칭찬 댓글이 달리는 코미디까지 연출되고 있다.

국내 유명 생활가전 업체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소비자원의 권고가 강제성이 없고 필립스가 자발적으로 권고조치를 수용했기 때문에 ‘결함’ 대신 ‘무료 업그레이드’로 표현해도 된다는 논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과거 우리도 소비자원의 ‘부품교체’ 권고를 받은 후 해당 사실을 솔직히 공지하고 수천여명의 구매 고객을 직접 찾아가 A/S를 진행했다. 감춘다고 소비자가 모르는 세상이 아니다. 잘 못은 인정하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보답하는 게 바람직한 기업의 자세다”고 말했다.

김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