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방암 발생률, 2012년부터 일본인 앞질렀다

입력 2014-10-16 13:26

먼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던 한국인 유방암 발생률이 일본을 앞서며 동아시아 국가 중 최고 위험 수위에 올랐다.

한국유방암학회(이사장 송병주·서울성모병원 내분비외과 교수)는 10월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아 최근 한국인 유방암의 발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발병 양상이 서구식으로 급격히 변화해 인구 10만 명당 발생빈도가 일본보다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조사결과 2012년 기준 10만 명당 한국인 유방암 발생률은 52.1명꼴로, 우리보다 먼저 서구화 추세에 접어들어 장기간 동아시아 지역 내 유방암 발생빈도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의 51.5명꼴보다 10만 명당 0.6명이나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08년만 해도 10만 명당 유방암 발생률이 38.9명꼴에 그쳤었다. 4년 만에 10만 명당 13.2명이나 늘어난 셈이다.

우리나라가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유방암 발생률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나이별로 유방암 환자를 분류했을 때 만 15세부터 만 54세까지 유방암 발생률이 일본보다 앞섰고, 15~44세까지의 발생률은 미국마저 앞지른 것으로 드러나 주목됐다.

연간 유방암 환자 발생 역시 1996년 3,801명에서 2011년 1만6967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5년 사이에 약 4.5배나 증가한 것이다.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인해 유방암 조직의 양상도 서구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방 섭취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ER+) 유방암’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암은 암세포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꾸준히 반응, 성장이 촉진되는 것이 특징으로 발병 후 오랜 기간이 지나도 재발 위험이 있어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유형의 유방암이다.

조사결과 2002년만 해도 전체 유방암 환자의 58.2%에 그쳤던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 비율이 2012년 기준 73%까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10년 사이 14.8% 포인트나 높아진 것.

송병주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특히 지방질이 많은 육류 중심의 포화지방 섭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최근 발표된 해외 연구결과를 봐도, 포화지방 섭취가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약 3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2012년 기준 한국인의 1일 육류 섭취량은 85.1g으로 지난 1998년(53.7g)보다 58.5%나 증가한 상태다.

이에 따라 폐경여성의 유방암도 꾸준히 증가 중이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폐경 전보다 폐경 후에 더 잘 발생하고, 에스트로겐의 주된 공급원도 지방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폐경 후 유방암 발생률이 전체의 절반(53.4%)을 넘어섰다. 유방암 환자들의 평균 연령도 51세로 2000년의 46세보다 5세나 많아졌다.

지방이 많이 함유된 육류 중심의 식습관이나 비만 외에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은 초경이 빨랐거나 반대로 폐경이 늦었을 때, 첫 출산을 경험한 나이가 고령이었을 때, 수유 경험이 한번도 없을 때 등이다.

아주대병원 유방암센터 한세환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유방암 발병이 급증하고, 패턴이 변화하는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이 아닌 주요 유방암 호발 국가인 북아메리카와 서유럽, 뉴질랜드, 호주, 일본 등과 함께 유방암 고위험 국가로 분류하기 시작했다”며 경종을 울렸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기만 하면 완치 가능성이 아주 높은 암이다. 학회에 따르면 유방암 0기 진단 환자는 5년 생존율이 98.8%에 달한다. 이어 1기와 2기 유방암 진단 환자도 각각 97.2%, 92.8%로 5년 생존율이 90%를 웃돈다. 반면 4기 및 말기에 유방암을 발견한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44.1%선에 불과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