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법당국은 카카오톡을 그동안 얼마나 들여다봤을까요?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를 제안했던 대학생 용혜인(25)씨의 경우에는 경찰이 용씨 카톡은 물론 용씨와 카톡 대화를 한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모두 열어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6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6월 광화문광장에서 침묵 행진을 벌이던 용씨를 연행한 뒤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5월10일부터 21일까지 카톡 내용을 열람했습니다.
한겨레가 밝힌 압수수색 목록은 광범위합니다. 한겨레의 인터넷 기사에 올라온 ‘압수수색검증영장’ 사진을 보면 경찰은 휴대전화 단말기를 압수하고 카톡 아이디 및 대화명을 통해 용씨와 대화를 나눈 상대방의 아이디 계정정보를 들여다 봤습니다. 또 용씨와 카톡으로 대화한 내용 및 사진, 동영상 일체가 포함됐습니다.
상대방 아이디 계정정보에는 아이디와 닉네임, 가입일, 인증 휴대전화 번호, 휴대전화의 맥어드레스, 접속 아이피 등이 포함됩니다. 맥 어드레스는 개인의 휴대전화를 식별하기 위해 부여된 고유번호로 맥 어드레스를 알게 되면 휴대전화 소유자의 개인정보 수집이 가능하다고 한겨레는 설명했습니다.
용씨는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카톡에서 600명 정도와 대화를 나눴다. ‘가만히 있으라’ 행진을 진행했을 때 처음 만난 사람들도 있었다. 저와 대화를 나눈 분들 중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모르는 분도 있을 것이다”라며 “제가 흉악범도 아니고 집시법 위반인데, 혐의와 상관없는 내용까지 압수수색을 했다. 더 큰 문제는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광범위하게 개인정보를 압수수색 당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인터넷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카톡 이제 끝났다” “침묵시위 준비했다고 카톡 전체를 털어서 보다니 21세기 대한민국 맞나” “이건 진보 보수를 떠나 더 심각한 문제”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반면 “애초에 시위를 벌여서 사회혼란을 부추겼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네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흉악범도 아닌데…” 경찰, 카카오톡 대화 여기까지 들여다 봤다
입력 2014-10-16 0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