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차라리 은교를 버려 주시길…다 아는 척은 범죄”

입력 2014-10-15 17:34
사진=국민일보DB
사진=박범신 트위터(@ParkBumshin)
한국 문단을 이끄는 중견 작가도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영원한 청년작가’라는 별명에, 히말라야를 겪고 돌아와 이젠 고향 충남 논산에서 치열한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는 작가 박범신(68). 그가 트위터를 통해 은교를 남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박범신 작가는 15일 트위터에 ““은교”를 쓴지 5년이 넘었고 그새 나는 4권의 장편을 더 썼다”라며 “그런데도 저급한 비유와 스캔들로 “은교” 이름이 여전히 번지고 있어 때로 맘을 다친다”라고 털어놓았다. 죽음에 대해, 시에 대해, 젊음이나 늙음에 대해 탐구하고 욕망을 풀어냈던 작품이 그저 여고생과의 연애 놀음으로 가벼이 여겨지는 데 대한 섭섭함이 담긴 듯 하다.

박범신 작가는 이어 “영화 탓일까”라며 “깊은 슬픔으로 쓴 소설인데. 문학으로서 말하지 않으려거든 차라리 은교를 버려주길”이라고 토로했다. 작가가 영혼이 매몰되는 고통 끝에 낳은 작품을 버려달라고 말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이를 반영하듯 이 짧은 글은 10여 시간 만에 500여회 리트윗 되며 파장을 낳고 있다.

작가가 원하는 것은 영화보다 먼저 글을 보아 달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이어진 트위터 글에서 그는 “작가~독자 사이 오해는 필연이다”라며 “은교~경우도 그렇다”라고 했다. 또 “문제는 영화만을 보고 원작을 안다고 느끼는 무지한 착각”이라며 “심지어 영화도 보지 않고 다 아는 척 작품을 인용하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했다.

작가의 마지막 말은 “범죄에 가깝다”였다. 갈수록 제대로 된 평론을 접하기 힘들어지는 요즘, “보지 않고 다 아는 척 작품을 인용”하면 “범죄에 가깝다”는 중견작가의 울음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