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애인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가 4개 국어로 발간됐다.
14일 한국장애예술인협회에 따르면 한·영·중·일 4개 국어로 발간된 ‘별에서 온 시(詩)’(도서출판 솟대)가 아시아 장애인들에게 위로를 주고 있다.
특히 산골소녀로 유명한 김옥진(53·여)씨가 전신마비 장애로 고통을 겪으면서 일궈낸 ‘기도’라는 제목의 시가 아시아 장애인들의 시심을 자극하고 있다.
소유가 아닌 빈 마음으로 사랑하게 하소서/받아서 채워지는 가슴보다/주어서 비워지는 가슴이게 하소서/지금까지 해 왔던 내 사랑에/티끌이 있었다면 용서하시고/앞으로 해 나갈 내 사랑은/맑게 흐르는 강물이게 하소서/위선보다 진실을 위해/나를 다듬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바람에 떨구는 한 잎의 꽃잎일지라도/한없이 품어 안을/깊고 깊은 바다의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바람 앞에 스러지는 육체로 살지라도/선(善) 앞에 강해지는 내가 되게 하소서//(하략)
도시 유목민으로 불리는 김홍렬(49·지체장애)씨의 시 ‘고통과 아름다움은 산 위에 산다’는 서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통과 아름다움은 주로 산 위에 산다/남산타워를 똑바로 응시했던/창신동 산꼭대기 시민아파트/중세의 성처럼 늠름한 아파트는/끝내 사람 손으로 부서지고/나도 머리 둘 곳이 없구나/그래도 여태껏/시계 노점 성희 아버지, 중동에 간 건주 아버지/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산 위의 벌집에서/(하략)
소아마비를 안고 살아가는 재미동포 강동석(60)의 시 ‘불명의 노래’도 실려 있다. ‘불멸의 노래3’을 옮겨본다.
이제 같이 걷자/너 나 되고/나 너 되고/한마음으로 가자/사랑은 고귀한 것/꽃보다 선명한 불멸의 사랑을 위하여/너 나 되고/나 너 되어/우리 함께 가자.(전문)
방귀희 솟대문학 대표는 “별은 밤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낮에는 태양 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것뿐”이라며 “(장애를 가진 시인들이)더 이상 숨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시집을 냈다”고 말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국내 대표 장애 시인 시 집대성 '별에서 온 시' 4개 국어로 번역 출판 화제
입력 2014-10-14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