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LA의 임신복 도매업체를 덮쳤더니 거액의 마약자금이…

입력 2014-10-14 17:09
경찰이 멕시코 마약조직으로부터 압수한 6500달러의 일부를 공개하고 있다. ⓒAFPBBNews=News1

멕시코 마약조직들이 미국에서 마약을 팔아 벌어들인 달러를 멕시코에서 페소로 사용하기 위한 돈세탁 방법으로 의류 무역업을 이용하고 있다.

13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마약조직이 로스앤젤레스의 의류 수출업자에게 달러를 넘기면 수출업자는 마치 정상적인 무역거래인 것처럼 꾸며 멕시코의 수입업자에게 의류를 전달한다. 이후 수입업자가 멕시코에서 의류를 팔아 벌어들인 페소를 마약조직에게 넘기면 돈세탁은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수출업자들은 중국산 의류를 미국산인 것처럼 속여 관세도 탈루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끼리는 무역거래에 관세가 붙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의류무역을 이용한 돈세탁은 달러를 멕시코로 밀반입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FP는 분석했다.

실제 지난달 10일 경찰 1000여명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의류상가 밀집 지역을 덮쳤다. 임신복 도매업체 ‘큐.티 패션’이 본거지로 지목됐다. ‘패션 경찰’로 명명된 이날 작전으로 압수된 현금은 9000만 달러(약 958억 원). 미국 역사상 하루에 압수된 현금으로는 최대액이었다.

과거에도 무역업을 이용한 돈세탁이 있었지만 최근 빈번해진 것은 미국이 은행을 통한 돈세탁을 엄하게 단속하고 있기 때문. 1999년 통과된 ‘해외마약거물지정법(킹핀법)’에 따라 작년에 개인 83명과 단체 67곳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됐다.

2012년에는 HSBC가 멕시코와 콜럼비아의 마약조직을 위해 8억8100만 달러 규모의 돈세탁을 한 혐의로 19억 달러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미국은 의류 무역을 통한 돈세탁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도 강화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의류업자들은 1만 달러 이상의 현금수입은 당국에 신고하도록 돼 있었지만 최근 이 한도가 3000달러로 낮아졌다.

남호철 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