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류마티스 환자 진단, 선진국보다 최대 5배 늦다…정부 ‘보헙급여’ 절실

입력 2014-10-14 14:49 수정 2014-10-14 14:53

류마티스관절염은 발병 후 6개월 이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장애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은 선진국 대비 조기 진단 비율이 3~5배 정도 늦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대한류마티스학회가 류마티스관절염 임상연구센터(한양대 류마티스병원)의 협조를 받아 ‘KORONA (Korea Observational Study Network for Arthritis)’ 코호트를 통해 ‘우리나라 류마티스관절염 진단 현황’을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에서 약 3~5배 진단이 지연되고 있다.

◇우리나라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캐나다 등 선진국 보다 최대 5배 진단 지연= 우리나라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첫 증상 발현 후 진단까지 평균 20.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KORONA에 등록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5376명(남자 896명·여자 4480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증상 발현 후 진단까지 평균 20.4개월로 캐나다 6.4개월, 벨기에 5.75개월, 덴마크 3~4개월 등에 비해 무려 3~5배 정도 더 늦었다.

특히 발병 나이에 따른 진단 지연을 살펴본 결과에서는 발병 나이가 어릴수록 진단 지연이 심각했다. 20세 미만에서 발병한 경우는 40.7개월, 20대 31.6개월, 30대 24.6개월, 40대 18.9개월, 50대 14.1개월, 60대 11.8개월, 70대 이상은 8.8개월로 발병 나이가 어릴수록 증상 발현 후 진단까지의 기간이 더 길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초기부터 관절 손상이 시작돼 치료가 불충분할 경우 증상 발현 2년 이내에 환자의 70%에서 관절 손상이 발생하며, 진단이 지연될수록 장애를 겪는 비율도 높아진다. 이번 조사에서 증상발현에서 진단까지 12개월 미만인 환자보다 12개월 이상 지연된 환자가 일상생활 기능장애 정도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다.

◇항CCP 검사 등 환자 검사비 부담 줄여야= 류마티스인자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항CCP항체 검사로 알려져 있다. 학회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류마티스관절염이 의심되는 모든 환자에게 항CCP항체를 확인하는 것이 권장되고 일상화 돼 있다.

국내에서는 항CCP 검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환자들의 진단 지연 기간이 줄어들었다. 2006년 이전에 진단받은 환자는 22.1개월, 2007년 이후 진단받은 환자들은 18.8개월로 2007년 이후 진단이 약 4개월 앞당겨졌다.

그러나 현재 항CCP검사는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많은 환자가 검사비용이 부담스러워 검사를 꺼려 조기진단과 초기 치료 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은미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는 “현재 국내에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데 필수적인 검사의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비용 부담으로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진단이 늦어지지 않도록 한다면 환자의 장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윤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