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서태지'를 꺾었다

입력 2014-10-12 16:59
지난 9일 서태지가 출연한 KBS '해피투게더3'. 방송화면 캡처
악동뮤지션 '시간과 낙엽'. YG엔터테인먼트 제공
YG가 21일 컴백을 예고하며 공개한 ‘WHO’S NEXT’라는 문구가 적힌 티저.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서태지’와 ‘아이들’의 대결에서 아이들이 웃었다.

지난 10일 0시 YG엔터테인먼트는 악동뮤지션의 ‘시간과 낙엽’을 기습 발표했다. 12시간이 지난 뒤 10일 오후 12시 서태지도 자신의 목소리로 부른 ‘소격동’을 선보였다. 이미 아이유 버전의 ‘소격동’이 음원 차트를 휩쓴 뒤였다.

음원이 공개된 뒤 희비는 극명히 엇갈렸다. ‘시간과 낙엽’은 음원 발표 직후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더니 12일 현재까지도 멜론 등 7개 주요 음원 차트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서태지의 ‘소격동’은 발표 직후 반짝 1위에 오른 뒤 꾸준히 하향세다.

여기까지만 보면 90년대 가요계를 이끈 서태지와 90년생의 신예 악동뮤지션의 맞대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요계에선 악동 뮤지션이 양현석을 대신해 서태지와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라는 것이다.

YG가 악동뮤지션에 이어 지난 11일 ‘WHO IS NEXT’라는 문구가 적힌 티저를 공개하며 21일 깜짝 컴백을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다. 서태지가 5년만에 내놓는 정규 앨범 발매일인 20일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YG 측은 "악동뮤지션의 ‘시간과 낙엽’을 지난 4월 데뷔 앨범에서 공개할 예정이었다"면서 "하지만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 리듬이 가을에 맞다는 판단에 따라 미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요계에선 서태지와 양현석, 둘 사이 보이지 않는 자존심 경쟁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YG 내부에서는 ‘서태지’라는 이름을 얘기하는 것조차 금기시하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YG에서 갑작스럽게 음원을 발표한 것도 의심할 만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태지는 ‘소격동’ 때문에 자존심을 구겼다. 멜론에서 서태지의 ‘소격동’은 지난 11일 일일차트에서 7위 아이유의 ‘소격동’에도 밀린 13위였다.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효과도 보지 못했다. 서태지는 음원 발표 하루 전인 9일 밤 해피투게더에 출연하고 10일 자정에 음원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0일 오후 12시로 공개 시점을 늦췄다. 서태지 측은 뮤직비디오의 완성도 때문에 음원 발표를 미뤘다고 했지만 일각에선 악동뮤지션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