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장검, 페인트 무조건 벗겨내려다 2차 훼손 우려

입력 2014-10-12 16:47
붉은색 페인트가 칠해진 사실이 알려진 2011년 충무공 이 충무공의 장검(사진 위)와 2014년 현재 충남 아산 현충사에 보관 중인 같은 검

문화재청이 이순신 장군의 장검에 칠해진 붉은색 합성수지 도료(페인트)를 제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무작정 페인트칠을 벗길 경우 2차 훼손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도종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2일 비난 여론 때문을 의식해 대책도 없이 제거부터 하겠다고 나선 것은 면피성 대책이라며 문화재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도 의원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1969년 이충무공 14대손 이응렬로부터 59년 보물 제326호로 지정된 이충무공 장검을 인수 받아 아산 현충사에서 보관, 관리해 왔다.

이충무공 장검의 혈조(칼날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홈을 판 부위)에 붉은 색 페인트가 칠해졌다는 것이 알려진 건 2011년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충무공 장검에 대해 2개월간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붉은 색 칠이 근대에 칠해진 페인트인 것으로 확인했다.

당시 관심을 받지 못했던 페인트 칠은 최근 영화 ‘명량’의 흥행으로 뒤늦게 부각됐다.

지난 2일 문화재청은 69~70년에 페인트가 칠해졌다고 확인하고 이를 없앤 뒤 전통 안료로 복원하는 계획안을 심의에서 확정했다. 문화재청은 페인트 아래 칠해진 기존 안료를 확인하지 못할 경우 고증을 통해 원래 전통 안료를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보존 처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도 의원 측은 페인트 칠을 제거한 혈조 부위에 전통안료가 남아있을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통 안료를 확인할 때까지 방청제를 칠해 놓는다는 문화재청의 발표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도 의원은 “페인트 칠을 벗겨내고 또 다른 페인트(방청제)를 칠해 놓는 것과 마찬가지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도 의원은 또 “이 페인트가 현존하는 원형에 대한 고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벗겨내는 건 또 다른 문화재 훼손이 될 수 있다”면서 “당장의 비난을 피하겠다고 무작정 벗겨낼 것이 아니라 전통 안료가 남아있지 않을 경우와 고증을 통한 전통 안료를 못 찾을 경우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무작정 벗겨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도 의원실은 페인트가 칠해진 시점을 확인하기 위해 사진을 이용한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법영상분석연구소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소장하고 있는 28년 촬영된 이충무공 장검 사진과 69년에 촬영된 사진, 2014년에 찍은 사진의 혈조 부위 특정 영역을 비교했다. 68년 1월 난중일기 도난 사건의 현장 검증 영상도 분석했다. 그 결과 68년 1월 19일 난중일기 도난 사건 이후부터 박정희 대통령 현충사 준공식 참석 전인 69년 4월 28일 사이에 칠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