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문화 대축제 ‘국무총리 모시기’ 해프닝…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4-10-12 11:20 수정 2014-10-12 18:06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나눔국민운동본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11~12일 개최한 제5회 대한민국 나눔대축제로 정홍원 국무총리가 때아닌 홍역을 치렀습니다. 주최측이 총리를 대접하려고 축제의 진짜 주인공들을 뙤약볕으로 내쫓았다는 글 때문이었는데, 일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프닝은 ‘밥퍼 나눔운동’의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가 11일 밤 페이스북에 ‘이래도 되는 겁니까’라는 글과 사진을 남기면서 시작됐습니다.

글은 총리 모시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었다는 내용입니다. 최 목사는 “(의전 담당자들이) VIP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각계각층 나눔 천사들을 천막 밖 땡볕에 나가서 기다리게 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총리가 대기실에 들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최 목사는 행사의 진짜 주역들보다 총리를 더 챙기는 주최측의 행태에 불쾌해 했습니다. 그는 “총리는 TV출연을 위해 봉사자들과 선물상자를 포장하다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떠났습니다. 대기실에서 쫓겨난 진짜 주인공들은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하기 위해 부탁대로 이른 오전부터 와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라고 적었죠.

경호 담당자들은 사과도 하지 않았다는 군요. 최 목사가 나서 “각계각층과 종교계를 대표해 오신 나눔 전도사들을 밖에 내 보내놓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안하십니까?”라고 말했지만 경호 담당자들은 별다른 대꾸 없이 현장을 떠났다고 합니다. 최 목사는 “권위적인 꼴이 행사 취지와 맞지 않아 허탈했다”면서 “윗분을 모시는 사람들의 과잉충성이 아직도 있다”고 개탄했습니다.

최 목사는 또 박원순 서울시장과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를 하기로 돼 있었지만 축사를 글로만 보낸 점도 지적했습니다. “축사를 글로만 보내기로 했으면 축사 순서지에는 빼든지, 하기로 했으면 아무리 바빠도 와서 해야 참석자들이 오해가 없을 것 아닙니까?”

네티즌들은 비난하고 있습니다. “누가 주인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아직도 국민을 졸로 보는 치졸한 사람들이 있네요” “이런 세상이니 백성들에게 무슨 소망이 있고 기쁨이 있을까요”라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 목사의 주장은 일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선 총리가 대기실에 오지도 않았다는 최 목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총리실측은 “총리께서 대기실조차 들르지 않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생방송 출연 직전 5분간 대기실에서 머물렀다”면서 “총리는 또 방송 출연 이후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인 30여분간 행사 부스를 돌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총리실측이 과잉 의전을 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달랐습니다. 총리실측은 행사 경호에는 관여하지 않고 행사 주최측이 고용한 민간업체가 경호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총리실은 “일부 나눔 인사들이 개막식 이후 대기실로 들어오려다 민간업체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으면서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최 목사는 12일 오후 5시35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삭제하면서 일부 오해가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했습니다.

최 목사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한 제 기사로 ‘과잉 충성’ 오해를 산 총리실 관계자들께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주최측의 총리를 향한 과잉 경호는 분명 불쾌한 일이긴 하나 애초부터 공무원들이 잘못됐다고 비판한 점은 잘못이었습니다. 저도 이를 시인하고 바로잡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