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콘퍼런스 5신] 필립 얀시 "유럽교회는 이혼위기… 한국은 신혼 마쳤다"

입력 2014-10-09 17:09

세계적인 기독교 베스트셀러 작가인 필립 얀시는 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아현성결교회에서 열린‘국민일보 창간 26주년 콘퍼런스’에서 한국교회가 소망이 있으며, 자신감을 갖고 기도에 집중해 아시아와 세계에 빛이 되는 교회가 될 것을 당부했다.

얀시는 “복음전파의 중심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시작돼 유럽을 거쳐 미국에 도달한 뒤 아프리카, 브라질,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처럼 하나님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시는 분”이라며 “결혼으로 비유하면 유럽은 이혼 위기의 상황, 미국은 불꽃 튀는 열정이 없는 25주년 은혼식 단계, 한국은 신혼기를 마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교회도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도덕적인 범죄와 연약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미국교회에서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교회와 한국교회에 대한 걱정이 나오고 있지만 동시에 큰 희망이 있다”면서 “바람은 눈으로 볼 수 없고 어느 쪽으로 향할 수 없다는 특성이 있듯 성령의 바람도 비슷하다. 성령의 거룩한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지 모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내려놓고 ‘문제가 있으면 기도하고 하나님이 걱정하게 하라’는 마르틴 루터의 말처럼 기도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얀시는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은 절대 걱정하는 분이 아니다”라면서 “한국교회의 희망은 기도하는 교회라는 것이다. 나는 기도에 대해 배울 땐 미국사람을 찾지 않고 한국 사람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그는 한국교회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얀시는 “한국교회 목회자와 리더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러분들이 너무 많은 일을 하며, 너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라며 “하나님 앞에서 일대일로 시간을 좀 낭비해야 한다”며 영적 재충전, 묵상의 시간을 강조했다.

얀시는 복음에 의한 변화 대상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공동체까지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웨덴이 매우 깨끗하고 정직한 선진국이지만 과거 유럽인들은 스웨덴의 조상인 바이킹족의 침입 때문에 과거 200년간 ‘주님, 우리를 저 바이킹족으로부터 구원해 주소서’라는 기도를 드렸다”면서 “이렇게 전투적이고 약탈을 일삼는 국가를 변화시킨 것은 복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덕적으로 부패하지 않은 나라 상위 20개 국, 경제적 풍요로움이 있는 상위 20개국을 꼽으면 최소 19개 국가가 기독교 국가”라면서 “다수의 연구기관이 한국교회의 암울한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다행인 것은 성령님은 그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열심히 읽지 않으신다는 것”이라며 “하나님이 일하심에 두려워하지 말라. 성령은 부는 바람과 같다”고 말했다.

얀시는 재앙 앞에 하나님의 뜻을 찾고 쉽게 정죄하려는 인간 본성의 문제점, 고통의 신학을 내려놓고 예수께 초점을 맞추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재앙 앞에 많은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뜻을 이야기하는 데 개인적으로 이제 그런 단어를 쉽게 쓰지 않는다”면서 “이유는 그 안에 너무 많은 뜻이 들어있기 때문에 그분의 뜻보다는 하나님의 원하심에 대해 말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교지도자들이 앉은뱅이와 소경을 지칭하며 ‘이 사람이 누구의 죄 때문이냐’며 예수님께 추궁할 때 주님은 ‘그들의 죄가 너희보다 중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다”면서 “이런 이유로 그동안 갖고 있던 고통의 신학을 버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돋보기를 보면 초점이 맞춰지는 곳은 또렷하게 보이지만 초점에서 벗어난 곳은 흐릿하게 보인다”면서 “이처럼 예수만이 우리 신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가 지닌 은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교회가 사회적 약자를 찾아가는 교회가 되어줄 것을 부탁했다. 얀시는 “모든 종교의 공통점은 신이 선한 사람을 좋아하고 악한 사람은 배척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하나님은 선한 사람이 아닌 죄인을 사랑하셨으며, 은혜라는 선물을 거저 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미국과 한국의 교회를 바라볼 때 ‘환영도 받지 못하고 적응도 못하는 곳’이 아니라 ‘나처럼 악한 사람도 찾아갈 수 있는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면서 “교회는 괜찮은 사람이 괜찮은 사람들 앞에서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격려하는 곳이 아니라 말라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생수를 주는 은혜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얀시의 강연은 죄인을 찾아가신 주님을 설명할 때 절정에 이르렀다. 그는 “하나님은 우리가 죄인인데도, 악한 상태에서 만나주신다”면서 “하나님은 힘 있고 강한 신이 아니라 겸손하며 자기를 낮추시는 분인데 이런 은혜의 개념은 세계 어떤 종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경을 읽다 보면 진정한 겸손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면서 “어른이 다섯 살짜리 아이와 대화를 위해 눈높이를 낮추듯 위대한 하나님은 겸손하게 인간이 되어 인간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해주신 분이다. 그게 성경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4년 우크라이나 민주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수화 통역사의 사례를 들며 교회가 적은 역할이라도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빅토르 유시첸코가 우크라이나 민주화의 선봉에 섰지만 집권당의 음모 때문에 대선에서 낙선을 했을 때 TV뉴스 한쪽 작은 화면에 비춰진 수화 통역사는 ‘집권당이 우리의 선거권을 훔쳤기 때문에 항의하길 원하는 청각장애인은 오늘 시청으로 집결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이 작은 사건은 결국 집권당이 국민들에게 무릎을 꿇는 역사적 사건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의 역할은 대형 화면을 차지하는 게 아니라 작은 화면일지라도 세상과는 다른 삶을 살라며 예수님의 길을 전하는 것”이라며 “그 메시지는 선한 사람뿐만 아니라 죄인까지도 사랑하시는 하나님, 자기를 낮추시되 끝까지 낮춰 인간을 품어주시는 사랑의 본질인 하나님”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위대한 성령의 바람이 이 민족에게 불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기도하는 백성이 있는 한 한국교회에 소망이 있다. 작은 화면에 나올지라도 예수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집중하는 크리스천이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