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오늘 발표한 카톡의 공지사항부터 보시죠.
카톡은 “제일 중요하다는 우리 이용자 정보보호를 외치며 그저 외부 침입자들로부터 법과 울타리만 잘 지키면 된다고, 안주했던 것 같다”면서 “최근의 검열.. 영장.. 등등의 이슈들에 대해 진솔하게 적절하게 말씀드리지 못해 많은 이용자들의 마음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여러분이 공감하지 못할 저희만의 논리에 빠져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카톡은 이어 “마음 놓고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라면서 ‘외양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된 실행 아이디어를 모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행 아이디어 한 번 보시죠.
1. 당장에 메시지 서버 보관 주기를 확 줄이자
=10/8(수) 오늘 바로 적용
2. 서버에 아예 메시지를 남기지 말자
=수신 확인된 메시지는 서버에서 바로 지우는
=친구끼리 연결된 상태에서는 아예 저장도 안하는
3. 서버고 폰이고 웬만한 건 다 암호화해버리자!
=암호 풀 수 있는 열쇠는 대화쌍방만 가지게
=가장 안전한 비밀의 방으로
4. 서버와 폰에 꽤 강력한? 삭제 장치를 찾자
=데이터 복구 힘들도록 하는 방식 등으로
이 정도입니다. 카톡은 그러나 이 아이디어들이 곧바로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습니다.
“..등을 감쪽같이 서비스에 녹여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편을 겪거나 급하다 하시던 다른 편의장치들이 다소 늦게 탑재될까 걱정도 됩니다.”
이 공지가 나오자 네티즌들은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지난해 3월 6일 인터넷에 송고된 서울경제신문의 기사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당시 카톡은 2013년 하반기부터 문자를 저장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서울경제 기사를 좀 볼까요?
‘올 하반기부터는 카카오톡에 대한 압수수색도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다. 카카오는 요즘 카카오톡 문자가 서버를 오가는 과정을 기존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고 데이터 전송방식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비스 개편이 완료되면 카카오톡 서버와 단말기의 접속이 끊어져 상대방 단말기에 문자가 저장되지 않을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서버에 저장된다. 현재 이동통신사가 운영하는 문자메시지와 마찬가지로 전송 즉시 문자 내역이 삭제되는 셈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법원의 정식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서버 기록은 제출하고 있다”며 “서버 개편이 완료되면 카카오톡 서버에 문자메시지 내용이 남지 않기 때문에 가입자들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카카오톡 메시지가 유일한 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자, 오늘 카톡 발표와 지난해 카톡 기사를 돌려보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한결 같습니다.
“오늘 발표 진짜 믿을 수 있나요? 지난해에도 저러고 실행 안 했는데.”
“오늘 발표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입니다. 노력하겠다고 하고 안 된다고 하면 그만 아닙니까.”
카톡은 오늘 발표에서 “우리 편의 신뢰를 읽는 것이 두렵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우리 편의 신뢰를 잃는 것이 두렵다고 말만 하지 말고, 진짜 약속을 지키면 이런 일이 없겠죠.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