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이용자들의 사이버 망명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박근혜정부 검열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무리 프라이버시 모드를 잘 세워 놓아도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마구잡이로 감청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자동 결제하는 한 프라이버시는 의미 없다. 네이버 밴드도 마찬가지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 등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핵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감청영장이 각각 96%, 98.8%, 96.8% 발부됐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판사들의 영장 발부가 거의 자동으로 이루어진다고 봐야 한다. 박 의원은 “정부와 사법부가 토종 기업을 보호해야 하는 데, 감청 논란으로 토종 IT 산업이 어려워지고 ‘사이버 망명’을 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토종 기업은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 네이버의 밴드 등을 일컫는다. 사이버 망명지는 러시아 개발자가 만들고 독일에 서버를 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말한다.
같은 당 이춘석 의원도 “카톡 내용을 압수수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이버 망명사태가 나오고 있다”라며 “통신제한조치로 카톡이 실시간 모니터링 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또 “계속 문제가 되면 통신사 다 망하니 법원이 영장 발부에 대해 정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마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때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판사 출신인 홍 의원은 “법관이 직접 감청이 진행되는 현장에 가서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도 했다.
국감장에 나온 이성호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이에 대해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법관들도 연구하고 방법을 찾아보겠다”라고 답했다. 방법을 찾으려면 빨리 찾아야 한다. 러시아 개발자의 독일산 텔레그램으로 망명한 한국인 출신 이용자는 이날까지 15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사이버 망명에 두손 든 카톡, 그럼에도 감청영장이 법원 자동결제 수준이라면?
입력 2014-10-08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