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 발표로 촉발된 홍콩 시민의 도심점거 시위사태가 대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점거 11일째인 8일(현지시간) 정부와 시위대는 대화 의제와 장소 등을 놓고 신경전을 펼쳤다.
홍콩 정부는 이날 새벽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10일 오후 4시 캐리 람(林鄭月娥) 정무사장(총리격)과 학생 대표 간 공식 대화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정부 측 예비 접촉 실무자인 라우콩와(劉江華) 정치개혁·본토사무국 부국장은 대화 장소를 홍콩 정부청사와 가까운 홍콩섬 완차이(灣仔) 부근으로 결정할 것이라면서 언론의 취재는 허용하되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화 의제로 헌법 개정과 이를 위한 법률적 검토 등 두 가지로 정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위대를 대표하는 학생 측은 자신의 요구 사항인 반중(反中) 성향 인사의 행정장관 후보 출마를 허용하는 '진정한 보통선거'와 '행정장관 후보의 정당 공천' 등이 정부측이 제시한 대화 의제에 직접 언급되지 않은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대학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학련)의 레스터 셤(岑敖暉) 부비서장은 대화 의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서 "정부가 시위대 점거지를 장악하려 하거나 시위대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으면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중·고교생 운동단체인 학민사조(學民思潮)를 이끄는 조슈아 웡(黃之鋒)은 학생 대표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10일 정부청사 부근에 집결하라고 시위대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 측 일부는 '민족·민권·민생' 등 3민주의를 주창한 쑨원(孫文)이 홍콩대의 전신인 서의서원(西醫書院)을 졸업한 점을 고려해 쭝시(中西)구에 있는 홍콩대에서 대화하자고 요구하는 등 장소 결정을 놓고도 시위대와 정부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입법회(국회격) 의원들도 이날로 예정됐던 하반기 첫 회의가 연기된 점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는 친중(親中) 성향 의원들이 최루탄 사용 등 시위대에 대한 정부와 경찰의 대응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려고 회의를 연기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친중 성향 정당 민건련(民建聯) 소속인 재스퍼 창(曾鈺成) 입법회 의장은 전날 밤 안전상 이유로 하반기 첫 회의를 1주일 연기한다고 밝혔다.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시위대의 규모는 8일 오전에도 200∼3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후 휴교했던 쭝시구와 완차이구 초등학교들도 이날 수업을 재개했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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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시위대, 10일 공식대화 앞두고 신경전
입력 2014-10-08 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