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웨이스 비 위드유라니요…한글날맞이 한 통신의 준엄한 꾸짖음

입력 2014-10-07 14:46
올웨이스 비 위드유를 당당하게 내세운 2014 프로야구 올스타전.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연합에서 칭찬받은 한화이글스팀. 박찬호 은퇴 장면으로 이 사진을 찍은 국민일보 사진부 곽경근 선임기자는 이달의 보도사진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한글날을 이틀 앞둔 7일 체육계에서 무분별한 국적불명 구호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준엄하게 꾸짖었다. 통신사는 원래 신문과 방송의 기자들이 고객이고, 이들을 보라며 속보를 재빨리 쓰는 일을 하는데, 연합은 보기 드문 분석기사로 “세계화의 흐름일까, 단순히 멋있어 보이기 위함일까”라며 체육계를 일갈했다. 국가기간 통신사가 언론사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에 돈을 받고 속보를 제공하면서 생겨난 흐름으로 보인다.

연합은 이날 “올해 프로야구는 올해 캐치프레이즈를 ‘올웨이스 비 위드유(always B with you)’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선정한 지는 꽤 됐는데, 한글날 즈음해 다시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항상 그대 곁에 야구가 있다라는 의미지만, 한글을 쓰지 않고 영어로만 구성했다”라며 “영어에 익숙지 못한 사람이 들으면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맞는 말인데, 어린이집에서부터 영어를 배우는 한국의 교육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다. 연합 기자 스스로 구호라는 우리말 대신 ‘캐치프레이즈’란 외래어를 쓰고, ‘올해’를 문장 안에 두 번 남발하는 옥의 티를 남겼다.

대한축구협회도 지난 4월 리스펙트 캠페인(Respect Campaign) 선포식을 열었다면서, 서로 존중해 축구를 잘해보자는 뜻인데 역시 어렵다고 연합은 말했다.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가 특히 영어 남용이 심하다고 고발했다. 올해 구호는 ‘투게더, 리:스타트! 비 레전드!’, 최근 3년간은 ‘예스, 위 캔!’ ‘예스, 원 모어 타임!’ ‘예스, 킵 고잉!!!’이었다고 강조했다. 연합은 그러나 프로야구 팀들은 기업명에 아예 동물 등의 영어 이름이 전부 다 합쳐져 있다는 현실까지 고발하지는 못했다.

연합은 대신 한화이글스 LG트윈스를 칭찬했다. 한화는 ‘2014! 독수리여 깨어나라!’를, LG는 ‘승리를 향한 열정! 더 높은 곳을 향한 2014’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사투리를 녹인 사례도 있다며 프로축구 대구FC는 ‘전부, 모두’를 의미하는 경상도 사투리 ‘마카다’를 활용해 ‘뜨거운 함성! 마카다 대구FC!’라는 구호를 쓰고 있다고 했다.

연합의 이 기사 제목은 “체육계 난무하는 외국어…세종대왕님 죄송해요!”였다. 사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도 외래어를 사용해 이상한 구호를 남발하고 있는 현실인데, 연합 체육부에 이를 탐사보도할 것을 권한다. 한글날이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