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피아, 공피아, 도피아. 누가 재취업을 가장 잘할까?
고위공직자의 재취업을 방지하고자 마련된 현행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33조는 4급 이상 공무원 퇴직자의 자본금 10억원 이상, 연간 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인 영리목적 사기업체 등으로의 2년 내 재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산하 공공기관 및 공직유관단체, 규모가 작은 법인 및 협회들은 예외규정이 적용돼 재취업이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도로공사 퇴직자들의 재취업률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환경부, 산하기관 및 유관협회 재취업 성공률 81%
지난 5년간 환경부 4급 이상 퇴직자 72명 중 58명은 환경부 산하기관과 유관협회에 재취업했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09~2014년 6월) 환경부 4급 이상 퇴직자 58명(81%)이 산하기관 및 유관단체의 기관장·간부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산하기관으로 재취업한 인원은 총 22명이다. 한국환경공단(5명), 한국환경산업기술원(5명),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4명), 국립공원관리공단(2명), 국립생태원(1명)으로 재취업했다. 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매립지공사가 출자한 그린에너지개발㈜ 사장, 한국환경공단 본부장,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본부장, 국립생태원 본부장 등이 환경부 퇴직 공무원이다.
환경부와 관련된 각종 협회 및 단체의 고위직도 환경부 퇴직 공무원들이 차지했다. 한국건설폐기물수집운반협회, 자동차환경협회, 야생생물관리협회, 건설자원순환협회, 한국상하수도협회,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 수생태복원사업단, 환경보전협회 등의 상임이사 및 회장, 단장 자리로 퇴직자 36명이 진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재취업률 62%
경제검찰이라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퇴직 공직자들도 재취업에서 건승했다.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4급 이상 퇴직자 25명 중 12명이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4급 이상 퇴직자 25명 중 4명이 정년퇴직·명예퇴직인 것을 감안하면, 4급 이상 퇴직자의 재취업률은 62%에 달한다.
이들은 SK텔레시스, 롯데제과, GS리테일, 상조보증공제조합 등 공정위의 제재를 받는 대기업 및 기관 혹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바른, 법무법인 광장, 안진회계법인 등 대형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으로 진출했다. 또 4급 이상 퇴직자 중 재취업자 12명은 퇴직일로부터 평균 78일 만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퇴직 후 7일 만에 재취업에 성공한 공직자도 있었다.
한국도로공사, 출자·출연기관 통해 낙하산 인사 품는다
한국도로공사가 출자·출연한 기관의 기관장 등 요직의 상당부분을 공기업과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공사의 지분율이 큰 회사일수록 주요 요직에는 낙하산 인사들이 앉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한국도로공사 출자·출연 기관 임원 현황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의 국내 11개 출자·출연 기관 가운데 7개(63%) 기관의 기관장 또는 임원이 관계 공기업과 관료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도로공사의 지분율이 높은 출자회사일수록 국토부와 도로공사 출신인사들이 기관장 등 요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은 주요 요직을 맡으며 많게는 1억5800만원에서 적게는 77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12억원(지분60%)을 출자한 한국도로공사 미국법인에는 사장을 한국도로공사 해외사업단 차장이, 비상근 감사는 한국도로공사 감사실장이 겸직을 맡고 있다. 250억원(지분 51%) 출자의 부산울산고속도로(주)의 대표이사 역시 한국도로공사 총무처장 출신이다. 40억원(지분 42.5%)을 출자한 ㈜한국건설관리공사의 경우 새누리당 출신인 김원덕 중앙당 부대변인을 신임사장으로 선임했고, 상임이사 3명과 감사 1명 모두 국토부와 국토부 산하기관 출신이 맡고 있다. 그밖에도 17.6억원(지분 10%)을 출자한 행담도개발(주)의 감사는 한국도로공사 교통기계팀장 출신이, 30.7억원(지분 8.28%)을 출자한 ㈜KR의 사장은 LH 부처장 출신, 80억원(지분 5.5%)을 출자한 서울북부고속도로(주)의 사장은 행복청 도시계획국장 출신 등 국토부 산하기관 출신들이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출자회사들의 누적 적자는 불어났다. 한국도로공사가 최대 주주로 있는 KESTA corp와 부산울산고속도로(주)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이 기간 누적적자가 각각 13억원, 475억원에 달했다. ㈜한국건설관리공사의 경우 지난해 처음 8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 3년간의 누적적자를 계산하면 60억원에 이르고, 서울북부고속도로(주) 역시 지난해 1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의원은 “공기업의 출자·출연 기관들이 퇴직 관료와 공기업 임직원의 재취업을 위한 기관으로 전락했다”며 “낙하산 인사행태로 인해 도덕성 결여와 전문성 부족으로 지속적인 적자가 발생하는 심각한 경영상태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시스템을 개선해 재취업 제한기관을 설정하고 관련 분야의 외부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낙하산 인사를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칼 안 든 조폭들” 환경부·공정위·도로공사가 마피아라 불리는 이유
입력 2014-10-06 15:21 수정 2014-10-07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