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축협에 고용세습 의혹…“중앙회 간부, 조합장 자녀들의 참 쉬운 취업”

입력 2014-10-06 09:55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9년 농민들의 조합인 농협이 금융지주회사로 변신하겠다고 하자 성난 농민들이 NH농협의 간판을 때려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국민일보DB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는 사람들이 ‘잘살아보세’라며 피땀으로 일군 조합인 농협과 축협에서 고용세습 의혹이 있다고 세계일보가 6일 새정치민주연합 박민수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1면에서 보도했다.

세계는 “농협중앙회와 전국 1000여개 농협 축협 회원 조합에 최근 채용된 신입직원 중 210여명은 부모가 농협중앙회나 회원 조합의 전현직 고위 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전했다. 세계는 심지어 “일부 간부는 복수의 자녀가 조합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도 했다. 서울대를 나와도 취업하기 힘든 대한민국에서 매우 파급력이 큰 뉴스다.

세계는 “농협중앙회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박민수 의원에게 제출한 ‘농·축협 임원 자녀의 농·축협 채용 상세 현황”이란 문건을 근거로 삼았다. 여기엔 “2010년부터 올해 6월 사이 채용된 직원 중 부모가 농협중앙회나 회원조합 전현직 간부인 직원은 216명”이라고 돼 있다고 했다. 이어 “농협중앙회 직원 14명은 부모가 중앙회 현직 M급(2급 상당) 간부였다”라며 “나머지 202명은 전국 회원조합의 전현직 조합장, 상임이사 등 고위 간부”라고 밝혔다.

세계는 “조합 신입직원 202명을 분석한 결과, 90% 이상은 부모, 자녀의 근무지가 동일 광역시도 권역 내에 있었다”라며 “이들 모두가 취업에 어떤 특혜를 받았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부모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곳에 자녀가 취업한 사례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박민수 의원은 “아무리 공정한 채용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한들 이런 식이면 특혜 의혹을 피할 수 있겠느냐”라며 “농협 내에서도 불투명한 채용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전수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세계에 말했다.

반면 세계가 전하는 농협의 반응은 조금 한가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인용된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세계에 “전국 회원조합 직원이 8만여 명에 이른다”며 “이중 200여 명은 결코 많은 수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의 분노를 피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