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농구 대역전극… 12년 만에 AG 금메달 탈환

입력 2014-10-03 21:38
인천=구성찬 기자

한국 남자농구가 대역전 드라마를 작성하며 12년만에 다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했다.

유재학(51·모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에 79대 77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후 12년 만에 꿈에 그리던 정상을 다시 밟았다. 또 한국 농구는 아시안게임에서 남녀가 최초로 동반우승을 거두는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은 4쿼터 종료 2분02초를 남기고 70-75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종료 1분09초를 남기고 양동근(33·모비스)의 3점포에 이어 김종규(23·LG)의 3점 플레이가 더해져 76-75로 승부를 뒤집었다. 36초를 남기고 1점 차로 뒤진 이란의 반격이 시작됐으나 한국은 양희종(30·KGC인삼공사)과 김종규의 더블팀 수비로 공격권을 빼앗아왔다. 문태종(39·LG)은 종료 16.9초를 남기고 상대 반칙 작전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다 넣어 78-75를 만들었다.

이란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모함마드사마드 니카바라미가 중거리포를 꽂아 종료 14초를 남기고 1점 차로 추격했다. 종료 12.7초를 남기고 2점 차로 뒤져있던 이란의 니카바라미는 3점슛으로 역전을 노렸으나 불발됐고, 공격 리바운드를 따낸 하메드 하다디의 골밑 슛마저 림을 외면하면서 승리는 한국의 몫이 됐다.

대표팀 맏형 노릇을 해온 김주성(35·동부)은 1998 방콕아시안게임부터 16년간의 국가대표 생활을 금메달로 마무리했다. 문태종은 한국 귀화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농구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8월 16년만에 진출했던 농구 월드컵에서 5전 전패를 당해 아쉬움을 남겼던 한국은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2004~2005 시즌부터 모비스를 이끌며 명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유재학 감독은 특유의 포용력 있는 ‘큰형 리더십’을 앞세워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준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 우승을 일궈냈다.

특히 11일 2014~2015 시즌 프로농구 개막을 불과 1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이번 금메달은 리그 흥행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 오세근(27·상무), 김선형(26·SK), 김종규, 이종현(20·고려대) 등 젊은 유망주들이 병역 혜택을 받아 팬들이 스타 선수들을 프로 무대에서 볼 기회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세근의 경우 지난 4월 입대했으나 이번 금메달로 곧바로 전역하게돼 원소속팀 KGC인삼공사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인천=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