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부터 김동률까지, 1990년대 가수의 컴백 방법… ‘핫 피플과의 콜라보’

입력 2014-10-03 17:04
올 가을 가요계는 풍성하다. 서태지부터 김동률까지 90년대 거물급 가수들이 음원을 공개했거나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고 이후 침체됐던 가요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가수의 행보는 묘하게 닮아있다. 보통 컴백하면 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일반적인 데 반해 두 사람은 공연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최근 연예계를 들썩이게 하는 ‘핫피플’과의 협업이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지난 달 2일 1위를 차지한 것은 바스코였다. 그리고 지난 2일은 아이유였다. 이 둘은 모두 서태지 음반 발매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바스코는 오는 18일 열리는 서태지 콘서트의 무대에 오른다는 보도가 나간 직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아이유는 서태지가 프로듀싱한 ‘소격동’이란 곡을 아이유식으로 해석해 음원을 공개한 뒤 음원 차트를 점령했다.

지난 달 25일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이상순의 이름이 올랐다. 김동률의 음원 발표를 닷새 앞두고 이상순이 피처링에 참여한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김동률보다 피처링에 참여한 이상순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90년대 가수들이 최근 이슈가 되는 인물들과 콜라보에 나서는 것은 일단 성공이 보장된다는 강점이 있다. 아이유의 경우 이미 김창완, 김완선 등 베테랑 중견 가수들과 협업에 성공한 전력이 있는 데다 ‘아이유라면 믿고 듣는다’는 신뢰도가 구축된 상태다. 바스코도 케이블채널의 ‘쇼미더머니’에 출연해 숱한 화제를 모은 실력파 힙합 가수다. 쇼미더머니 방송이 끝나면 그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 1위에 올랐다.

이상순의 경우 김동률과 같은 소속사인 데다 베란다프로젝트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이효리의 남편으로 더 유명하다.

‘이상순=이효리’라는 등식 때문에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가요계 관계자는 “서태지나 김동률은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 90년대 최고의 가수들임에는 분명하지만 10, 20대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연예계 핫 피플로 통하는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예전의 이름값이 안 되니 최근 잘 나가는 사람들을 간판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팬들 사이에서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동률이나 서태지에 집중하기 보다는 협업한 사람들에게 더 큰 관심이 쏠린다는 것이다.

김동률 팬이라는 직장맘 강현숙(41)씨는 “김동률 음반에 이상순은 피처링을 참여했는데 왜 이상순에 관심이 쏠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사람들이 김동률의 음악에 더 관심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