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확진 美환자 라이베리아 출국시 ‘접촉없었다’ 거짓말”

입력 2014-10-03 09:15
미국 내 첫 에볼라 확진 환자인 토머스 에릭 던컨이 지난달 라이베리아를 출국하면서 에볼라 바이러스 노출 여부를 묻는 질문에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라이베리아 항공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 던컨이 지난달 19일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의 로버츠국제공항에서 출국하면서 “에볼라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 최근 21일간 접촉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공항 당국자는 “그가 질문지에서 거짓말을 했다”면서 “사실대로 대답했더라면 우리는 즉각 출국을 금지하고 정밀검사를 의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몬로비아에 거주했던 40대 중반의 남성인 던컨은 미국으로 돌아온 뒤에야 병원을 찾았고, 9월 30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미국 내 첫 에볼라 환자로 판정받았다. 그러나 그는 현지 출국 시에는 발열 등 어떠한 자각증상도 느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던컨은 지난달 15일 몬로비아에서 에볼라 환자의 병원 이송을 돕다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볼라로 지난달 16일 숨진 19세 여성 마탈렌 윌리엄스의 부모와 이웃들은 그녀가 경련을 일으키자 던컨이 그녀를 병원으로 옮기는 일을 도왔다고 말했다.

윌리엄스가 병원에 갔으나 에볼라 병동의 침상 부족으로 거절당하자 던컨이 택시 편으로 그녀가 귀가하는 것을 도왔으며, 윌리엄스가 보행에 어려움을 보이자 다리를 붙잡기도 했다는 것이다.

NYT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객을 상대로 감염 여부를 가리고 있지만, 감염자가 제대로 식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CDC는 그동안 에볼라 피해국인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당국에 대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는 출국자들의 감염 여부를 철저히 살필 것을 촉구해왔고, 지난 8월 초에는 현지에 의료진을 보내 정부 관리와 공항 직원을 상대로 감염자 선별 교육도 실시했다.

그러나 CDC의 이동·격리국에서 일하는 니콜 코언 박사는 얼마나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런 방법이 현지에서 실천되고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공항 직원들이 출국자들에게 에볼라 바이러스 노출 여부, 자각증상 여부 등을 묻고 체온을 측정하고 있으나 이는 여행자의 솔직한 신고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항공회사 연합체인 에어라인즈 포 아메리카(Airlines for America)에 따르면 2013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시에라리온에서 미국으로 1만명 이상이 입국했고, 라이베리아에서는 1만7000명 이상이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