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술 취한 동료를 집에 바래다 주는 선행도 함부러 배풀어선 안될 것 같다.
만일 실수로라도 그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배상 책임을 져야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판사 마용주)는 2일 직장인 박모(31)씨와 그의 부모가 회사 동료이던 최모(34)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박씨에게 1억990만원, 박씨 부모에게 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2012년 3월 최씨 등과 함께 회식을 하던 박씨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했다. 박씨를 걱정한 최씨 등은 그를 집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그런데 박씨를 부축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나 박씨를 놓쳤다. 그로 인해 박씨는 계단 난간 등에 머리를 부딪쳐 크게 다쳤다.
이에 박씨는 이들에게 상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2억12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최씨 등은 이 사고 때문에 중과실치사상죄 혐의로도 기소돼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최씨 등은 박씨를 업고 가는 도중 중심을 잃어 넘어지거나 떨어뜨려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동료가 걱정돼 집까지 바래다 주려했던 ‘동료애’가 순간의 실수로 상해를 입힌 ‘가해자’로 바뀐 셈이다.
재판부는 다만 “박씨가 술에 만취한 탓에 벌어진 일로, 최씨 등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를 데려다 주는 일에 나섰다”며 “직장 동료로서 호의를 베푼 점을 참작해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
술 취한 동료 바래다주려 했는데… 1억원 물어줄 판
입력 2014-10-02 17:09 수정 2014-10-03 1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