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럭비, 라오스 꺾고 첫승 한 풀었다

입력 2014-10-02 19:45
한국 여자럭비 유진주(가운데) 선수가 1일 우즈베키스탄 선수들 사이에서 몸을 던져 공을 잡고 있다. AFPBBNews=News1

숨을 헐떡이며 뛰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됐다. 몸을 밀치며 방해하려는 게 느껴졌다. 악에 받친 듯 공을 꼭 안았다. 이번만은 절대 뺏길 수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쫓아오는 선수가 느껴지지 않았다. 멍하니 서 있자 ‘트라이’라는 말이 들렸다. 최예슬의 첫 5점이었다.

한국 여자 럭비가 기다리던 첫승의 한을 풀었다. 아시안게임 사상 첫 승리를 일궈냈다. 한국 여자 럭비 대표팀은 2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럭비 9·10위 결정전에서 라오스를 34대 0으로 물리치고 9위로 마무리했다. 지난 대회 전패의 한을 씻는 순간이었다.

한국 여자 럭비 대표팀은 지난 광저우대회 때처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싱가포르와의 첫 경기에서는 19대 0으로 패했고 이어 열린 일본과의 대결에서도 50대 0으로 졌다. 이날 마지막 경기였던 중국에는 64대 0이라는 대량 실점으로 고개를 떨궈야 했다. 하루만에 3패를 당했다. 지난 1일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도 선취점을 냈지만 10대 7로 역전패 당했다.

그러나 2일 열린 라오스와의 경기는 달랐다. 대표팀은 앞선 경기에서 겪었던 설움을 털어내듯 전반부터 강하게 상대를 몰아쳤다. 마지막 경기. 한국은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발휘했다. 최예슬의 트라이로 점수를 내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한국 쪽으로 돌아오자 라오스는 몸을 날리며 방해했다. 부상 위험이 높은 플레이에도 한국의 최민정은 굴하지 않고 달려갔다. 연속 트라이를 성공시켰다. 이어지는 서미지의 컨버전스 킥은 한국의 첫승에 청신호를 보냈다. 전반을 19-0으로 앞서나갔다. 후반에도 최민정과 김동리 등이 트라이를 성공시켰다. 전후반 합계 34점. 무실점의 깔끔한 승리였다.

우리나라는 여자 럭비 프로팀이 없다. 대학팀 하나와 동호인 클럽 2개가 전부. 특히 여자 럭비 대표 선수 12명 중 상당수가 대학생, 예비 사회인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첫 승을 목표로 뛰었다. 그리고 연패를 거듭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달린 끝에 기어코 목표를 이뤄냈다.

인천=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