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에서 한·중·일 독점 깨지나… 카자흐스탄 이란 북한 치고나와

입력 2014-10-02 19:14

좀처럼 깨어질 것 같지 않던 아시안게임의 한·중·일 3강 체제가 인천 대회에서 조금씩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중위권에서 맴돌던 국가들의 선전으로 이들 3국의 금메달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2일 오후 3시 현재 한·중·일이 차지한 금메달 수는 234개로 이날까지 확정된 전체 금메달(360개)의 65.0%를 점유했다. 이는 4년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중·일이 차지한 금메달(67.9%)에 비해 약 3% 포인트 가량 낮다. 아직 이번 대회에 걸린 439개 금메달이 모두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들 3국의 금메달 비중은 앞으로 더 크게 오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 이번 대회 3국의 금메달 점유율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69.2%)과 비교하면 무려 4.2% 포인트가 낮아 이같은 트렌드는 앞으로 계속 지속될 전망이다.

이같은 현상은 3강의 전력이 갑자기 떨어졌다기보다 중위권 국가들이 분전에 힘입은 바 크다. 아시안게임 4위권을 줄곧 지켜온 중앙아시아의 맹주 카자흐스탄은 벌써 일본 금메달(40개)의 절반인 20개를 획득했다. 이어 이란도 격투기 종목의 선전에 힘입어 15개의 금메달로 뒤를 잇고 있다.

북한의 선전도 이번 대회에서 3국 독과점체제를 무너뜨리는데 일조를 했다. 10개의 금메달로 6위에 오른 북한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9개·9위), 2006 도하아시안게임(6개·16위),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6개·12위)를 이미 넘어섰다. 북한은 역도에서 세계신기록을 잇달아 세우며 3개국의 코를 납작하게 했고, 세계 최강권의 여자축구도 홈팀 한국을 4강에서 꺾고 정상임을 입증했다.

이밖에 태국과 대만, 오일달러를 앞세운 카타르, 세계 2위의 인구대국 인도, 중앙아시아 강호 우즈베키스탄도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내 3강을 협공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와 함께 3강의 독과점을 견제하기위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출전 종목 수와 결선 진출자 수를 조절하는 등 미세한 변화를 준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양궁의 경우 한 국가에서 3명이 모두 개인전 출전권을 따내더라도 2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그 예다. 태권도는 남녀 8체급씩 모두 1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지만 한 국가의 최대 출전 체급을 12체급으로 낮춰 많은 국가가 금메달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인천=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