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제2회 마닐리 대회(1954년)에서 한국 레슬링은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따냈다. 이후 한국 레슬링은 아시안게임에서 꾸준히 효자 노릇을 해 왔다. 2006년 도하 대회까지 따낸 금메달은 무려 49개에 달한다. 그러나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에 그쳐 ‘불효자’가 됐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를 수확하며 효자로 거듭났다.
“하늘이 우리를 보고 있으니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로 열심히 하라.”
안한봉(46) 레슬링 대표팀 총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안 감독은 “지난 몇 년간 옛 명성만 믿고 현실에 안주한 사실을 반성해야 한다”며 “이번엔 베이징올림픽,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당한 ‘노 골드’ 수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정말 훈련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낸 뒤 한국 레슬링의 부활을 예감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레슬링은 이번에 메달을 따는 과정에서 보여준 투혼으로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남자 자유형 74㎏급의 ‘늦깎이 레슬러’ 이상규(28·부천시청)는 8강전에서 상대의 발에 얼굴을 차여 의치가 빠졌지만 끝까지 이를 악물고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진통제를 맞고 경기에 나선 그는 “아들과 가족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건 ‘아테네의 영웅’ 정지현(31·울산남구청·그레코로만형 71㎏급)은 “아금이·올금이(두 아이의 태명)에게 한 약속을 이루게 돼 기쁘다”며 멍이 든 얼굴로 활짝 웃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 한국 레슬링의 부활을 알린 김현우(26·삼성생명)는 그레코로만형 75㎏급에서 정상에 올라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류한수(26·삼성생명·그레코로만형 66㎏급)와 은메달을 따낸 이세열(26·인천환경공단)과 김용민(24·조폐공사) 등은 한국 레슬링의 미래를 책임질 주역으로 떠올랐다.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로 열심히 훈련을 한 한국 레슬링은 마침내 제2의 전성기로 접어들었다.
인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인천에서 부활한 한국 레슬링… 김현우 그랜드슬램 위업 달성
입력 2014-10-02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