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나빴지만 우애만큼은 ‘金’… 北 쌍둥이 마라톤 자매 눈길

입력 2014-10-02 13:41
사진=2일 오전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마라톤에서 나란히 레이스를 펼치는 북한의 김혜성(왼쪽), 김혜경 선수. ⓒAFPBBNews=News1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마라톤에 출전한 북한의 쌍둥이 자매가 화제다.

2일 오전 비속에서 치러진 레이스에서 언니 김혜경은 2시간36분38초로 7위로 들어왔고 동생인 김혜성은 2시간38분55초로 9위에 올랐다.

이들은 레이스 내내 나란히 뛰면서 음료수도 같이 마시는 등 우애를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쌍둥이 자매는 1993년 3월9일 생으로 153㎝의 똑같은 키와 머리스타일에 얼굴도 거의 같아 1200, 1201 배번이 아니라면 구분을 못할 만큼 흡사했다.

이들 자매는 15㎞ 지점을 53분04초에 4, 5위로 동시에 통과하고 나서 10㎞ 이상 옆에서 나란히 달렸다.

기록이 좀 더 나은 동생 김혜경이 약 27㎞ 지점부터 언니보다 앞서 나가기 시작, 선두권을 추격했지만 막판에 힘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순위는 밀려나고 말았다.

이들 자매가 국제대회에서 호흡을 맞추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8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서 김혜경이 2시간35분49초로 8위, 김혜성이 2시간38분28초로 14위에 올랐고, 작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의 하프코스에서도 김혜경이 1위, 김혜성이 2위를 차지했다.

올해 4월 평양에서 개최된 만경대상마라톤대회에서도 나란히 1, 2위를 휩쓸었다.

쌍둥이 자매는 마라톤 감독인 아버지를 이어 14세때부터 마라톤을 시작했고 지금도 평양체육단에서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 자매가 북한 여자 마라톤의 간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서로 선의의 경쟁 상대가 되고 있기 때문. 서로 좋은 기록을 내는 데 자극이 되기도 하고, 힘들 때 격려도 하는 것이다.

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던 김혜경과 김혜성은 경기를 마친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오늘 비 때문에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2년 뒤 리우 올림픽에도 동반 출전을 목표로 하는 쌍둥이 자매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