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을 우리 식탁에 올리는 미래 식량 개발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7월16일 ‘갈색거저리 애벌레’가 곤충 중 국내 첫 식품 원료로 한시적 인정을 받은 지 2개월여 만에, 역시 한시적 인정을 받은 ‘국내 2호 식용 곤충’이 탄생했다. ‘흰점박이꽃무지’란 곤충의 애벌레(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한시적 식품 원료로 인정을 받으면 승인받은 형태ㆍ제품으로만 식품 판매가 가능하다. 일정 기간 문제가 없으면 일반 식품 원료로 공식 등록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생물부 이규성 박사 연구팀은 사단법인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이 1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개최한 제29차 ‘뉴스와 셀럽이 있는 식품과 건강 포럼’에서 “최근 식약처로부터 흰점박이꽃무지의 애벌레에 대해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는 예부터 초가 지붕에서 채집되거나 일부 농가에서 사육해 판매하던 곤충이다. 주로 약용으로 이용되는 데 ‘동의보감’엔 “간 질환 등 성인병 치료 효과가 있다”고 기술돼 있다.
대만에선 제모충이라 불리며 강정제, 통증 완화, 악성 부스럼 치료와 젖을 잘 나오게 하거나 입술이 굳어진 것을 풀 때 이용된다.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는 영양적으론 고단백 식품이다. 100g당 단백질 함량(동결ㆍ건조로 수분 제외)이 58g으로 갈색거저리(53g)보다 높다. 지방(수분 제외)은 100g에 18g으로 갈색거저리(31g)보다 적게 들어 있다.
이 박사는 “장차 국내에서 식품 원료로 한시적 인정을 받게 될 곤충 3호와 4호는 장수풍뎅이와 귀뚜라미가 될 것”이라며 “뿔이 멋있는 장수풍뎅이를 천연기념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은 대량 사육에 성공해, 문방구ㆍ대형 마트 같은 곳에서도 판매되며 누구나 키울 수 있는 곤충”이라고 설명했다.
곤충을 먹는 것은 과거엔 흔한 일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메뚜기ㆍ매미ㆍ딱정벌레 애벌레ㆍ물방개 등 곤충들을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한 구황 식품으로 이용했다. 최근까지도 일부에선 벼메뚜기와 누에 번데기를 간식으로 즐긴다.
이 박사는 “국내에선 메뚜기ㆍ식용 누에 번데기ㆍ백강잠(말린 누에고치) 등 세 곤충이 식품원료로 사용이 허가돼 있지만 이들은 모두 과학적 연구를 거치지 않고 오랜 섭취 경험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경우”라며 “미국ㆍEU(유럽연합)ㆍ일본ㆍ중국에도 안전성 연구 등을 통해 식품원료로 최종 허가를 받은 식용 곤충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곤충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00억 원 정도. 곤충 사육 농가는 약 500곳으로 추산된다. 내년엔 3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식용 곤충들은 밀기울이나 대두박ㆍ쌀기울ㆍ채소 같은 사료를 먹으며, 330㎡ 규모에서 월 1t 가량 생산이 가능해 차세대 농가 소득원으로 주목받는다.
식용곤충이 미래 식량으로 기대를 모으게 이유를 이 박사는 여섯 가지로 요약했다.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 소자본ㆍ작은 공간에서 사육, 강한 번식력(연 3∼4회), 상대적으로 쉬운 사육관리, 간단한 도축(?) 과정, 온실가스와 자원비용 절감이다.
하지만 식용곤충이 시장에 본격 등장하기엔 거부감ㆍ혐오감 등 사회적으로 넘어야 할 과제들이 아직 많다.
한편, 세계식량기구(FAO)는 인류를 기근에서 구할 미래 식량으로 식용 곤충을 지목하고, 잇단 국제회의를 가지며 각국에 연구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미래식량은 식용 곤충… 개발 움직임 빨라졌다
입력 2014-10-02 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