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도 멧돼지도 이겨냈는데… 참새떼에 농사 거덜”

입력 2014-10-02 10:17
사진= 확성기로 참새를 쫓는 어린이들. 국민일보DB

“태풍도 지켰고 멧돼지도 쫓아냈는데, 참새떼 때문에…”

수확을 앞둔 전남 완도 청산도 들녘이 참새떼의 습격으로 쑥대밭이 되고 있어 농민들의 한숨이 깊다.

2일 청산면에 따르면 요즘 참새가 새까맣게 무리지어 날아다니면서 영글어 가는 벼 논을 점령해 먹이터로 만들고 있다.

한 무리씩 전깃줄에 앉아 있다가 공습을 하듯 갑자기 내려앉아 벼알을 닥치는 대로 쪼아먹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참새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누른 들판이 앙상하게 빈 벼 껍질만 남는다.

시름에 잠긴 한 농민은 “참새떼가 이처럼 극성을 부린 것은 처음 본다”면서 “태풍이 무사히 지나면 될 줄 알았는데 참새 복병을 만나 수확량이 확 줄 것으로 보인다”고 푸념했다.

안봉일 청산면장은 “철새도래지 가창오리 군무처럼 참새떼가 무리지어 다니면서 피땀 흘려 지은 농사를 한순간에 망치고 있다”면서 “허수아비도 세우는 등 온갖 방법도 무용지물”이라고 전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