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셔틀 버스 기사의 말 못할 사정?

입력 2014-10-01 21:20
아시아인의 축제,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열정과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직원, 자원봉사자, 관람객, 내외신 기자 모두 한 마음 한뜻으로 대회를 맞이했다. 축제의 뒤에서 묵묵히 일하며 그들을 지원하는 셔틀 버스 기사들도 기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셔틀 버스 기사들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A씨는 인천 토박이로 개인택시 일을 하다 인천아시안게임 셔틀 버스 기사에 자원했다. 일당 9만원에 식비는 7000원. 주·야간 구별 없이 액수는 동일하다고 한다. “대부분 택시 기사들이 지원했지”라면서 말문을 연 그는 “택시로 하루 버는 것보다 절반 밖에 안 준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말 그대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기사들은 돈을 벌기위한 것도 아니고, 유명인을 만나기 위해 지원한 것은 더욱 아니었다. 손자들에게 출입증을 보여주며 그날 있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것이 보람이라고 한다.

B씨는 야간 셔틀 버스를 몰았다. 오후부터 오전 0시까지 셔틀 버스를 몰고 다음날 오전 6시 첫 셔틀도 운전했다. 이럴 때 잠은 사무실에서 자는데 자정 마지막 셔틀을 운전하고 오면 오전 1시에나 잠에 든다고 했다. 그러나 사무실이라는 생소한 환경과 첫차 운전 생각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야간 운전기사가 자주 바뀌었다. 이틀 정도 하면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서다. 야간이라고 특별히 수당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니 기사들이 더 꺼려했다.

막무가내인 외신 기자들 때문에 힘든 적도 많았다. 출발시간이 정해졌음에도 자신의 취재 종목이 급해 무조건 “GO”라며 재촉하는 기자들에게 영어로 설명하기 어려워서다. 결국 성화에 못 이겨 5분 먼저 출발했다. 마침 제 시간에 셔틀을 타려고 온 ‘운 없는’ 기자가 버스를 놓쳤다. 어쩔 수 없이 콜택시로 경기장에 갔다는 얘기를 듣고 한숨만 나왔다고 한다. 옥련사격경기장은 버스가 아닌 밴으로 이동한다. 좌석수가 적어 장비가 많은 기자가 문제였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밴에 타려는 태국 기자들이 좌석이 부족하자 몸무게가 가벼운 여기자를 무릎에 앉히고 괜찮다며 출발하자고 했을 때는 황당함을 넘어 ‘큰일 낼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인천=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