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본 AG]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십자가 위의 사나이 배상화

입력 2014-10-01 16:12
ⓒAFPBBNews=News1
육상 10종경기 국가대표 배상화 선수의 페이스북(facebook.com/sanghwa.bae.5)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취재하는 AFP 사진기자도 윤동주 시인의 ‘십자가’를 읽은 걸까요.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1일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10종경기를 쫓아다니던 AFP 기자는 장대를 들고 햇살을 받으며 바를 넘는 선수들을 역광으로 촬영했습니다. 오른쪽엔 십자가가 왼쪽엔 인간이 낼 수 있는 힘을 모두 쥐어짜내는 10종경기의 대한민국 국가대표 배상화 선수가 있습니다. 어두워서 얼굴은 잘 안보입니다만, 사진은 전 세계에 송고됐습니다.

10종경기는 남자만 할 수 있습니다. 여성은 안합니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부터 도입됐습니다. 이틀에 걸쳐 겨룹니다. 다른 종목 선수들은 기껏 몇 분 트랙에 나오고 특히 100m 선수들은 기껏 십몇 초 겨룰 뿐입니다. 하지만 10종경기 선수들은 하루 종일 경기장에 있습니다. 수십개 육상 종목이 펼쳐지는 주경기장에서 단연 주인공입니다. 지구력을 다투는 철인3종을 넘어 순발력까지 겨루는 철인 10종경기입니다.

30일 논밭과 아파트단지 사이에 위치한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배상화 선수를 보았습니다. 온몸이 근육으로 뭉친 조각상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30일 아침 100m 달리기를 시작한 선수들은 오전까지 멀리뛰기 포환던지기를 마쳤습니다. 이후 점심밥 먹고 높이뛰기 400m 달리기 등을 했습니다.

오늘은 오전 9시부터 110m허들 달리기를 했고, 이후 원반던지기, 장대높이뛰기를 마쳤습니다. 이제 창던지기가 남았고요. 밤 9시 이후에는 마지막 1500m 달리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직후 종합 점수를 내 금은동을 가립니다.

10종경기는 달리기 던지기 뛰기 등 인간이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 부어 가장 우수한 사람을 뽑는 일입니다. 이 레이스를 배상화 선수는 뭐라고 표현했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페이스북을 찾아가 보았더니… 아뿔사. 지인들에게 이렇게 남겼습니다. 두 번째 사진입니다.

“노가다 하러 갔다 올게”

배상화 선수가 혼신의 힘을 기울이길 응원합니다. 그리고 오늘밤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의 주인공이 되길 기원합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