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운명의 날…김연아도 박태환도 극복못한 홈 부담감 넘어설까

입력 2014-09-30 22:37
인천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인천 서운고등학교에서 연습하고 있는 손연재. 사진=서영희 기자

손연재(20)가 ‘피겨여왕’ 김연아(24)도, ‘마린보이’ 박태환(25)도 극복하지 못했던 홈 부담감을 떨칠 수 있을까.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 손연재는 1~2일 인천 남동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종목에 나선다. 단체전과 개인전에 걸린 2개의 금메달 가운데 손연재는 개인종합에서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첫 금메달을 노린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손연재는 최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4위, 후프 동메달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아시아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손연재는 라이벌로 꼽히는 덩쎈웨(중국)에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작은 실수가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리듬체조 종목의 특성상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이번 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폭발적인 관중의 응원 속에서 손연재가 부담감을 떨치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스타 선수들이 홈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서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경우는 의외로 많다. 과거 강심장으로 유명했던 김연아가 2008년 12월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팬들의 광적인 응원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당시 김연아는 워낙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던 만큼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가 예상됐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를 저질러 아사다 마오에게 1위를 내주고 말았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박태환이 자신의 이름을 딴 수영장에서 경기를 치르는데다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에 부담감을 느낀 나머지 제대로 된 경기 운영을 하지 못했다. 주종목인 200m와 400m에서 박태환의 기록은 대회 직전 연습 때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했다. 긴장한 나머지 몸이 굳는 바람에 특유의 스퍼트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박태환도 대회가 끝난 뒤 “내 이름을 딴 수영장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심했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결정적인 순간 좋은 모습을 보여줘 ‘승부사’로 불린 손연재가 김연아나 박태환과 달리 부담감을 극복하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딸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인천=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