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식상하다. 청춘시절 누구나 한 번쯤 가 본 적 있는 여행지, 강릉! 경포해변, 정동진, 오죽헌 등 모두 가 본 적은 있지만 어렴풋한 기억만 남아 있는 그저 그런 여행지다. 하지만 십년, 이십년, 삼십년이 지난 지금 곁에 있는 아이와 다시 간다면 그곳은 전혀 다른 여행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아이에게 율곡과 신사임당의 혼이 깃든 교육의 장으로,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모래놀이터로, 솔향기 나는 가을의 강릉은 매력적인 여행지로 변신한다.
◇대한민국 1호 자연휴양림- 대관령 자연휴양림 야영장= 대관령 휴양림은 1988년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휴양림이다. 그 만큼 오랜 역사와 함께 풍성한 숲을 자랑한다. 또 강릉 시내가 10㎞안팎에 있어 관광도 하면서 자연을 즐기기에 좋은 위치다.
대관령 휴양림 야영장은 매표소에서 한참을 올라가야 나온다. 야영장 옆에는 야생화 정원과 잔디광장이 있어 여느 휴양림 야영장과는 다른 분위기다. 마치 잘 가꿔진 과수원이나 수목원에서 캠핑하는 느낌이 든다. 규모는 작은 편으로 주차장과 편의시설 바로 옆에 야영장이 조성돼 있어 편리하다. 사이트는 크게 주차장 바로 위쪽 커다란 자작나무가 배경이 되는 사이트와 편의시설 옆쪽으로 낮은 과일 나무 아래 자리 잡은 사이트로 나뉜다. 넓은 잔디밭과 줄타기 등의 체력단련시설은 아이들에게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되어준다.
◇역사적인 모자(母子)를 낳은 곳- 오죽헌= 오죽헌을 말하면 누구나 신사임당과 이율곡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그들과 무슨 관계가 있는 곳인지를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죽헌은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 선생과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태어난 유서 깊은 곳이다. 신사임당의 친정인 셈이다. 신사임당이 율곡을 낳은 몽룡실은 가장 오래된 민가건축물이다. 아직 역사를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오천원, 오만원권 지폐의 주인공이라고 설명하면 금방 이해시킬 수 있다. 실제 오천원 권을 촬영한 포인트도 표시돼 있어 그 앞을 지나면 누구나 오천원 권 흉내를 내 보게 된다.
건물 뒤쪽에는 이름처럼 까만 대나무들이 맥문동의 보라색꽃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오죽헌 내에는 안채와 함께 사당도 있다. 또한 바깥에는 율곡 기념관도 있어 신사임당, 율곡 이이를 비롯한 그 자녀들이 남긴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소리와 과학의 만남- 참소리·에디슨 박물관= 오죽헌에서 경포해수욕장으로 가다보면 경포호를 바라보는 길가에 색다른 박물관 하나가 눈에 띈다. 박물관은 소리가 중심이 되는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과 에디슨의 발명품이 모인 에디슨 과학 박물관으로 나눠져 있다. 수집광인 손성목 관장이 세계 60여국을 돌며 수집한 축음기를 비롯해 뮤직박스, 라디오, 에디슨의 각종 발명품 등 5000여점이 전시된 세계 최대의 사립 박물관이다.
안내를 받으며 각종 축음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소리도 들어볼 수 있어 어른도 아이도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다. 축음기뿐만 아니라 에디슨의 발명품과 거기에 얽힌 사연도 들을 수 있다. ‘아, 에디슨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그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 생활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 번 그의 위대함을 느끼고 각종 생활용품을 만들어낸 그의 열정에 감사하게 된다. 아이들도 책에서만 보던 한 과학자를 확실히 각인하게 된다.
◇철 지난 가을 바다의 낭만- 경포 해변= 참소리 박물관을 관람한 후에는 경포해변으로 나가 철 지난 가을 바다의 낭만을 느껴보자. 경포해수욕장은 넓은 모래사장과 우거진 송림이 멋진 동해안 최대의 해수욕장이다.
여름철에는 북적였을 해변은 어느새 한적한 여유가 묻어난다. 여름 내내 열심히 일했을 보트들은 내년까지 긴 휴식에 들어가 있다. 아이들은 차가워진 수온에도 겁 없이 물에 뛰어 들려고 하고 모래 속으로 마구 파고들어 엄마의 잔소리를 만들어낸다. 해변의 나무 그네는 타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분위기로 삐거덕거리며 흔들린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해변의 여유를 안목항 커피거리까지 이어가도 좋겠다.
[+먹거리- 초당순두부]
강릉 지역에 삼척부사로 온 허엽 선생이 집 앞의 물맛이 좋아 그 물로 콩을 가공하고 깨끗한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 자신의 호인 초당(草堂)이란 이름을 붙여 초당두부의 명칭이 탄생됐다고 한다. 이제는 경포대에서 5분 거리 초당동에 순두부 식당이 운집해 있다. 강릉에 가면 꼭 맛봐야 하는 한 끼 식사다.
글 안윤정(루피맘), 사진 서은석(실버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