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댓글 개입 혐의로 수감생활을 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법원의 1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판결을 두고 ‘지록위마(指鹿爲馬-권력이 무서워 사슴보고 말이라고 부름)’ 비판을 했던 수원지방법원 소속 김동진 판사에 대한 징계가 청구된 것으로 확인되자 법조계가 들썩이고 있다. 먼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29일 논평을 냈다.
민변은 이날 “수원지방법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판결에 대해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비판적 글을 올린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해 대법원에 징계를 청구하였다고 한다”라며 “법원 내의 건전한 토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민변은 수원지법과 대법원의 징계청구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징계 청구 사유가 ‘법관윤리강령 위반으로 인한 품위 손상 및 법원 위신 저하’라는 점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민변은 “김 판사의 글은 외부인이 접속할 수 없는 법원 내부 전산망에서의 의견표명이어서 외부인을 상대로 한 공개적 비판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코트넷은 판사뿐만 아니라 법원 행정직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법원 내 사실상 유일의 온라인 소통 공간이다. 별도 아이디가 없는 외부인은 볼 수 없다.
민변은 또 “다수의 시민으로 구성되는 배심원단이 아닌 직업법관에 의한 재판은 항상 독단의 위험이 따른다”라며 “상하간의 부당한 간섭만 아니라면 오히려 동료 간의 건전한 토론 또는 의견 교환에 의하여 법관 스스로 생각을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이어 “아직 1심일 뿐인 미확정 재판 결과”라는 대법원 관료법관들의 생각을 재반박했다. 민변은 “미확정 상태의 재판이라 하여 그에 대한 법관의 의견 표명을 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법관 윤리강령 보다 우위에 있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법관의 시민적 책임마저 저버리도록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는 각국의 헌법과 최고 상위법을 관장하고 수호하는 헌법재판관과 대법관들이 모여 세계헌법재판회의 제 3차 총회를 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개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민변은 나아가 “정치적 사건의 판결에 대해 비판 글을 올린 법관에 대한 징계청구는 다른 법관들에게는 그 자체로 대법원이 보내는 일종의 신호로 작용하여 재판에 대한 의견 표명은 물론 자신들의 재판 내용까지 자기검열 내지 통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꾸짖었다.
이어 “많은 국민들이 김 부장판사의 판결비판에 공감하는 이유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판결이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라며 “대법원의 김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절차 착수는 매우 성급하고 부적절한 조치라고 판단되며 수원지법은 징계청구를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결론냈다.
다음은 민변이 29일 발표한 논평 전문.
김동진 판사에 대한 징계청구를 우려한다.
수원지방법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위반 무죄판결에 대하여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하여 대법원에 징계를 청구하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우리 모임은 법원 내의 건전한 토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원지방법원이 김 부장판사에 대해 대법원에 징계청구를 한 사유는 ‘법관윤리강령 위반으로 인한 품위 손상 및 법원 위신 저하’라고 밝혔으나, 우선 김 판사의 글은 외부인이 접속할 수 없는 법원 내부 전산망에서의 의견 표명이어서 외부인을 상대로 한 공개적 비판이라고 할 수도 없다.
다수의 시민으로 구성되는 배심원단이 아닌 직업법관에 의한 재판은 항상 독단의 위험이 따른다. 상하간의 부당한 간섭만 아니라면 오히려 동료 간의 건전한 토론 또는 의견 교환에 의하여 법관 스스로의 생각을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재판이 미확정 상태라 하여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없다.
미확정 상태의 재판이라 하여 그에 대한 법관의 의견 표명을 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법관윤리강령보다 우위에 있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법관의 시민적 책임마저 저버리도록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나아가 정치적 사건의 판결에 대해 비판 글을 올린 법관에 대한 징계청구는 다른 법관들에게는 그 자체로 대법원이 보내는 일종의 신호로 작용하여 재판에 대한 의견 표명은 물론 자신들의 재판 내용까지 자기검열 내지 통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많은 국민들이 김 부장판사의 판결비판에 공감하는 이유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위반 무죄판결이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에 앞서 과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위반 무죄판결이 국민의 법감정에 맞는 판결인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른 판결인지, 외부의 간섭 없이 판사의 양심에 따른 판결이었는지를 살펴보고 성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의 김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절차 착수는 매우 성급하고 부적절한 조치라고 판단되며 수원지방법원은 징계청구를 철회하는 것이 바림직하다 할 것이다.
2014. 9. 2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전문] 원세훈 지록위마 판결 지적한 김동진 판사를 징계하다니…민변의 항변
입력 2014-09-29 1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