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외제차'로 고의 교통사고 내고 보험금 6억 뜯어
"급브레이크로 추돌 유도…수리비 높이려고 일부러 가드레일 받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값비싼 외제차를 이용해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 수억 원의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낸 혐의(사기)로 송모(25)씨를 구속하고 김모(26)씨 등 일당 7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작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동부간선도로나 강변북로 등지에서 25회에 걸쳐 교통사고를 낸 후 피해자들의 보험사 9곳으로부터 적게는 700여만원에서 많게는 3천여만원까지 총 6억원에 달하는 치료비나 수리비 명목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송씨 일당은 세금 체납이나 가압류 등으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명의 이전이 불가능한 아우디, 벤츠, 인피니티 등 값비싼 외제 차량 20대를 브로커로부터 구입해 '대포차량'으로 사용했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에 외제차를 구입할 수 있는데다가, 신분 노출이 되지 않는 장점 때문에 대포차량을 이용했다.
브로커는 송씨 측에 외제 대포차량 20여대를 공급하고 범행 수익금의 20%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다른 차량에 탑승한 일당이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면서 끼어들면, 이를 보고 급브레이크를 밟아 뒤에서 따라오던 피해 차량이 추돌하도록 하는 수법을 썼다.
특히 1차선으로 달리다가 피해 차량이 뒤를 들이받으면 일부러 운전대를 돌려 가드레일을 받아 최대한 수리비가 많이 나오도록 했다.
경찰은 "송씨 등은 범행에 사용된 차량을 수리 후 1개월 뒤 또 다른 비슷한 범죄에 이용했다"며 "2회 정도 범죄에 이용하고서는 대포차로 팔아넘긴 뒤 또 다른 대포 차량을 구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호스트바나 PC방 등지에서 높은 일당을 준다며 돈이 필요한 20∼30대 무직자, 대학생, 회사원 등을 공범으로 끌어모았다. 차량을 직접 운전하면 70만원, 차량에 같이 탑승하면 30만원의 일당이 지급됐다.
일당은 이 같은 수법으로 벌어들인 6억원을 대부분 도박, 해외여행, 술값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송씨 등은 공범 여모(23)씨 등 3명이 보험금 2천300만원을 타낸 후 분배하지 않고 탕진하자, 여씨를 수일간 차량에 감금한 뒤 서울 동대문구 인근 야산으로 끌고 가 야구방망이 등으로 때린 혐의(공갈)도 받고 있다. 여씨는 결국 여동생 명의로 1천800만원을 대출받아 송씨에게 건넸다.
경찰은 "피해자들은 사고 이후 3년간 할증 보험료를 적용받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인상된 보험금을 되돌려 놓고 송씨 등에게 지급된 보험금도 환수토록 보험사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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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아우디 인피니티로…고의사고로 6억 뜯어낸 일당 77명 무더기 입건
입력 2014-09-29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