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바다를 오가는 회귀성 어종이면서 내륙 한복판인 충북 옥천지역 대청호에 자리를 잡아 주목받던 은어가 자취를 감췄다. 충북도와 옥천군이 치어를 풀어 넣고 수정란을 이식하는 등 증식사업을 한 지 10여년 만이다.
28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3∼4년 전까지 대청호와 금강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은어가 최근 눈에 띄지 않는다.
이곳의 은어는 1997년 충북도 내수면연구소가 금강에 이식한 수정란 중 일부가 살아남은 게 효시다. 회귀습성을 잃은 은어의 정착을 확인한 도와 군은 해마다 수정란과 치어를 풀어 넣으면서 증식사업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2000년대 후반에는 가을마다 산란하기 위해 옥천의 도심하천까지 거슬러 올라오는 은어떼가 장관을 이뤘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물을 놔도 은어가 잡히는 경우가 없을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다. 어민들은 은어가 사라진 이유를 블루길, 배스 등 외래 육식어종의 번성과 어장환경의 변화에서 찾고 있다.
어민 박용득씨는 “몇 해 전부터 서서히 줄어들던 은어가 2년 전부터 아예 사라졌다”며 “대청호는 이미 육식어종인 블루길과 배스가 장악한 상태여서 은어가 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4년 전 장마철 연거푸 내린 큰 비에 산란장이 파괴되고 먹이가 되는 이끼류 등이 사라진 것도 은어가 자취를 감춘 원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0∼11월 알에서 깨어나 바다에서 겨울을 난 뒤 이듬해 봄 다시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되돌아오는 은어는 맛이 담백하고 특유의 향을 지닌 고소득 어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와 남해에 맞닿은 강과 하천 등에서 일부 잡힌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블루길·배스가 다 잡아먹었나”… 대청호 은어가 사라졌다
입력 2014-09-28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