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단풍을 새기다. 조탁작가 김재신은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고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특유의 조탁기법으로 유명하다. 조탁(彫琢)이란 무엇인가. 작가의 작업과정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어떤 구도를 잡고 어떤 색감으로 표현할지 과정과 결과를 스케치 없이 머릿속으로 완성해 낸다.
그 완성된 시뮬레이션에 따라 준비한 목판에 어떤 색상이 어느 깊이에서 나올 것인가를 생각하며 총 20~40회 아크릴을 덧칠한다. 목판에 색을 칠하는 이 작업은 하루에 1~2회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총 40회를 칠한다면 목판에 색상을 종류별로 칠하는 데에만 총 20~40일이 소요되는 고역의 작업이다.
작가의 구상에 따라 색상 작업이 끝나면 층층이 쌓여진 색상의 두께 속에서 그가 생각해 둔 부분의 색상만을 깊이를 조절해 가며 조각칼로 파내어 색상과 구도를 완성해 나간다. 이런 일려의 작업을 조탁이라고 명명한다.
작가가 현재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고향 통영의 동피랑 언덕과 바다를 주제로 작업을 해 나가고 있다. 같은 바다라 할지라도 시간과 구도에 따라 색감을 달리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색상의 배열과 파내는 깊이가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작가는 서울오픈아트페어, 부산 국제화랑아트페어, 경남 국제아트페어에서 출품작이 완판된 것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최근 일본과 중국 전시를 시작으로 차츰 유럽과 미국으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 그가 2014년 신작들을 안고 가을 향기와 함께 서울에 왔다. 해마다 변신과 새로운 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그의 작품세계는 미술 애호가들과 평론가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주목을 끌고 있다.
붓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목판 위에 켜켜이 쌓은 수십 겹 물감의 층을 도를 닦듯이 도려내고 파내는 조탁기법의 창시자. 그를 사랑하는 이들이 성악, 뮤직스케치, 국악의 세 꼭지 기품 있고 격조 있는 소공연도 같이 할 예정이다.
작가의 전시회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입구 국민은행 6층 극동기업에서 운영하는 극동갤러리에서 펼쳐진다. 전시는 9월 25일부터 10월 4일까지. 일요일과 개천절은 휴관(02-540-763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조탁작가 김재신 서울 극동갤러리서 통영 동피랑 바다풍경을 화면에 새기다
입력 2014-09-26 21:05 수정 2014-09-26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