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서모씨는 얼마 전 무릎에 물이 차고 붓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무릎 통증이 좀 심하긴 했지만 생겼다 말기를 반복해 그러려니 했지만, 병원진단결과는 의외였다. 연골 나이가 60대 노인에 가까운 상태로 연골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 서씨는 예상외의 진단에 몹시 놀랐다.
◆관절염은 60대 이상의 병? 50대 중년 관절도 이미 퇴행진행 중=퇴행성 관절염은 노인들의 병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2010년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의 골관절염 유병율이 남성은 29%, 여성은 46%로 나타났다. 50대라고 해서 관절염 안전지대라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청주프라임병원 관절센터 정범영 원장은 "우리나라는 좌식생활습관과 가사노동의 영향으로 50대 중년 여성들의 관절 퇴행속도가 빠르다. 무릎을 쪼그리고 앉은 채 걸레질을 하거나, 청소를 할 때 평소보다 8배의 하중이 무릎 속 연골에 가해지기 때문이다." 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연골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면 연골이 물렁 물렁 해지거나, 찢어지는 연골연화증이 발생하게 된다. 연골연화증이 심해지면 연골이 차츰 닳아 없어지고 이후에는 무릎뼈와 뼈가 부딪히는 상태가 되어 심각한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된다.
가사노동 외에도 앉을 때 무릎을 꿇고 안거나 양반다리 자세일 때는 슬개골과 대퇴골이 계속 과도하게 눌린 상태로 있게 되고 이 뼈들을 지지하는 인대에 스트레스가 작용해 무릎 통증을 악화시킨다. 특히 중년의 경우는 과체중인 경우가 많은데 비해, 허벅지근육 같은 무릎 근처의 근육의 양은 적기 때문에 무릎의 퇴행성 변화가 더 심하다.
◆퇴행성 관절염, 인공관절 수술이 두려워 모른척?=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통증에 괴로워하면서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해서 치료가 모두인공관절 수술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보존적 치료로 물리치료를 받거나 주사치료로 무릎관절이 굳어가는 것은 늦추고, 무릎 강화 운동치료를 받게 된다. 만약 이러한 치료로 효과가 없는 관절염일 때는 관절 내시경 수술이 필요하다.
관절 내시경 수술은 약 4mm의 가느다란 두께로 끝부분에 초소형 카메라가 달려 있어 관절속으로 삽입하면 관절이 약 8배 확대되어 확인된다. 다른 검사로 보기 힘든 연골의 손상이나 뼈의 마모를 직접 관찰해 찢어진 연골을 이어주거나 뼈가시(골극)를 제거하여 통증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관절 내시경으로 중기 정도의 관절염까지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를 받고 관리를 하는 것이 관절염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인공관절 수술은 관절염 말기 환자들이 해당된다.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로는 더 이상 생활이 어려운 경우, O자 다리 변형과 관절이 뒤틀린 환자, 10분 이상을 걷지 못하는 환자, 통증과 마비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운 관절염 환자들이다.
무릎관절 내부에 연골을 제거하고 크기에 맞는 인공관절을 대신 삽입하게 되는데, 수술 후 약 2주 후면 정상보행이 가능하고, 수술후 통증이 사라지고 수술 환자의 90% 이상이 일생생활에 큰 지장 없이 정상생활을 누리고 있어 만족도가 큰 편이다.
◆50대부터 관절 챙기기, 약보다 운동=무릎 관절이 약해지는 중년에는 무릎을 튼튼히 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음식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이 부족하면 무릎 관절 주위의 인대나 근육이 경직되고 약해져 무릎관절이 약해지는 반면 연골을 감싸고 있는 허벅지 근육을 튼튼히 단련하면 무릎으로 가는 충격을 근육이 흡수하고, 유연성이 길러져 무릎연골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정 원장은 “무릎에 통증이 느껴질 때는 조깅이나 등산같이 무릎에 충격이 가는 운동은 쉬고, 수영처럼 무릎에 직접적인 체중부하가 적은 운동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물론 상태에 따라 점차 걷기 등의 운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얼굴만 늙는 게 아닙니다. 무릎관절도 늙습니다”
입력 2014-09-25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