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인의 역설, 심장마비 위험도 정상체중인보다 낮다?

입력 2014-09-25 12:59

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비만의 역설’이 치명적인 급성심근경색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삼성서울병원 한주용(사진) 교수팀은 2006년 1월부터 2009년 11월 사이 급성 심근경색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193명을 대상으로 비만과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비만 환자의 심장근육 손상 범위가 정상체중 환자보다 오히려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비만환자 그룹의 평균 BMI는 27kg/㎡로 고도비만 환자(30kg/㎡)도 5명이 포함된 반면, 정상체중 환자는 22.6kg/㎡ 이였다.

비만환자(83명)와 정상체중 환자(110명)들은 급성 심근경색 후 BMI를 제외하곤 임상적으로 특별한 차이가 없었다. 나이가 비만환자 56.2세, 정상체중 환자 58.3세로 비슷했고, 흡연율을 포함해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 등 심근경색 관련 위험인자 보유율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심근경색이 발생한 부위는 눈에 띄게 달랐다. 심장 MRI 촬영검사 결과 비만환자들의 경우 좌심실 전체 용적 대비 심근경색 크기가 17.9%에 그친 반면 정상체중 환자들은 20.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심근경색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 영역을 측정한 값 역시 비만환자에 비해 정상체중 환자들이 더 높았다. 비만환자의 경우 좌심실의 29.4%에서 심근경색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예측됐지만, 정상체중 환자의 죄심실은 이보다도 6.6% 포인트 더 넓은 36% 영역에서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심근경색증으로 한 번 손상된 심장 근육은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범위가 작을수록 치료결과는 물론 치료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실제 첫 응급실 방문 후 6개월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도 비만환자 그룹에선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던 반면 정상체중 환자 그룹의 경우엔 3명이나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교수는 “비만한 환자에서 심근색의 크기가 작다고 해도, 비만이 다른 심장질환의 발병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사실은 여전한 만큼 적당한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습관을 통한 균형 잡힌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관상동맥질환 분야 국제 학술지 ‘애터로스클러로우시스’(Atherosclerosis) 최신호에 실렸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