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2신] 세월호 유가족 참여 수요연합예배 "우리의 기도 소리 들으소서"

입력 2014-09-24 21:11
“생명의 하나님. 저희는 이 시간 한반도의 아픔을 가지고 주님 앞에 나왔습니다. 신음하는 소리가 하늘을 진동합니다.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으시고 불쌍히 여겨주소서.”

24일 오후 7시30분, 전북 부안 변산대명리조트.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제99회 총회 수요연합예배의 인도를 맡은 김경호 목사(기장 총회 교회와사회위원장)의 기도가 울렸다. 예배에 참여한 800여명의 총대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이번 연합예배에는 특별히 세월호 유가족 10명이 참석했다. 기장은 연합예배의 주제를 ‘고난 받는 이웃과 함께 하는 예배’로 정하고 한국 사회에서 가장 아파하고 있는 이들을 초청했다.

세월호 유가족 외에 우리나라 곳곳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의 시간도 마련됐다. 군산노회장 장화영 목사는 “비정규직이라는 사회의 관행 속에서 피폐해져가는 모든 노동자의 영혼을 보살펴 달라”며 ‘쌍용차 비정규직 노동자 가족’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서울남노회장 권영종 목사는 ‘송전탑이 건설되고 있는 밀양·청도·군산 주민’을 위해 “약자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개발 지상주의에 맞서 사람다움을 지키려는 이들을 기억해 달라”고 간구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증언 시간도 마련됐다. ‘예은이 엄마’ 박은희(45·안산 화정교회) 전도사는 “국가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때 이를 질책할 수 있는 사람은 목회자들 뿐이다”며 “여기 계신 분들이 먼저 회개하고 진실을 파헤쳐 주셔서 다시는 우리와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한신대학교 명예교수 김경재 목사는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평생 남을 가르치고 설교하는 것만 신경 쓰다 보니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며 “우리 자신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채찍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음의 자녀들은 타인의 아픔을 나누고 돌보고 살리기 위해 존재한다”며 “목사이고 장로인 우리가 이런 일에 더욱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예배는 모든 총대들이 한 목소리로 기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총대들은 “우리 모두 손잡고 흡족한 기쁨으로 영광을 드릴 때까지 (고통받는 이웃의) 아픔을 세상에 드러내고 함께 나누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