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잡는 국민일보… 상가권리금 법제화 쾌거

입력 2014-09-24 18:07 수정 2014-09-24 18:35

시작은 본보 칼럼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25일자 27면에 실린 ‘[뉴스룸에서] 상수동 골목 이야기’라는 제목의 칼럼 말이죠. 사회부 태원준 차장이 쓴 이 글이 이렇게 큰일을 냈습니다. 6·25 전쟁 이후 관행으로 존재하며 600만 자영업자들을 괴롭혀온 상가권리금을 법 테두리 안에 들어가도록 했으니까요. 자,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칼럼은 홍대를 넘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 상수역 부근의 상인들이 권리금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무실을 5년 동안 명소로 키웠는데 건물주가 대뜸 나가라고 했다는 내용이나 투기세력들이 임대료를 어떻게 뻥튀기하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죠.





태 차장은 상수역 근처에 있는 단골 카페 주인으로부터 우연히 권리금 이야기를 듣고 칼럼을 썼다고 합니다. 유령처럼 실체가 없지만 권리금은 무시무시했습니다. 제 아무리 잘 나가는 커피숍이라도 부동산 브로커가 낀 투기세력이 건물 임대료를 올리면 권리금을 날리고 쫓겨나야하는 황당한 현실을 자세히 알게 된 거죠.

칼럼이 큰 호응을 얻자 김명호 편집국장은 편집 회의에서 이를 다시 기사로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겪는 문제인데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꿔보자는 취지였죠. 이후 사회부 사건팀원이었던 이도경 박세환 기자가 가세한 특별취재팀이 가동됐고 상가권리금 문제를 낱낱이 취재해 해부했습니다. 지난 1월13일부터 17일까지 매일매일 총 5회에 걸쳐 시리즈 기사를 쏟아냈죠.























박 기자는 최근 페이스북에 상가권리금 취재를 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권리금 폭탄을 다룬 기사는 인터넷 상에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2월 11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권리금 대책을 묻는 민병두 의원의 질문에 법제화를 논의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같은 달 24일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상가권리금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요.



이후 법무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와 교수·변호사 등 전문가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가 구성돼 권리금 법제화를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추진됐고, 이제 그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정부는 24일 자영업자의 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 내용이 담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임차인의 상가권리금 회수 기회를 법적으로 보장한다는 게 기본 방향인데, 모든 상가의 세입자들이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5년 간 영업권을 보장받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