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유혹' 사채… 잔인하고 집요했던 2년간의 악몽

입력 2014-09-23 15:28
사진=사채시장. 국민일보DB

1억원에 이르는 사채 빚에 시달리던 50대 여성이 사채업자 부부와 전주가 구속되면서 2년 만에 자살까지 결심할 만큼 끔찍했던 빚 독촉 공포에서 벗어날 있었다.

경기도 의정부경찰서는 23일 돈을 빌린 A모(59·여)씨를 집요하게 괴롭혀온 사채업자 김모(46)씨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채업자 김모(46)씨를 구속하고 김씨의 아내 조모(46)씨와 전주(錢主) 김모(66·여)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A씨의 진술을 토대로 한 사채업자 부부와 ‘악연’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와 다방 여종업원 B(30)씨는 김모(46)씨 부부 일당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하루하루 이자를 갚아나가는 ‘일수’를 쓰다가 나중에는 원금의 10%를 떼고 빌린 뒤 다달이 이자를 갚는 ‘달변’을 썼다.

처음에는 돈이 필요해 돈을 빌렸지만, 나중에는 돈을 갚으려고 돈을 빌렸다.

경매방식으로 곗돈을 타는 ‘낙찰계’까지 손을 뻗쳐 이자의 돌려막기가 계속됐다.

A씨가 빌린 돈은 100만원 일수에서 수천만원을 넘겨 급기야 1억여원에 이르렀다. B씨 역시 사채 2000여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김씨 부부의 빚 독촉은 집요하고 ‘공포’ 그 자체였다.

불어나는 사채 이자를 갚지 못해 협박과 감금을 당한 게 3∼4개월 전부터였다.

‘죽여버리겠다’는 위협은 예사고 각종 험한 말이 쏟아지는 통에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만 해도 심장이 뛰었고, A씨는 김씨 부부 집에 붙잡혀가 돈을 갚으라며 일주일을 감금당하기까지 했다.

A씨는 지인과 자식들에게까지 손을 벌리며 6000여만원을 갚았지만 빚은 아직 7500만원이나 남아 있었다. 보복이 두려워 신고는 꿈도 못도 꾸지 못했다.

이같은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A씨를 경찰서에 데려와 조사를 하는 와중에도 협박 전화가 이어질 만큼 김씨 일당은 가혹하고 집요했다.

이에 A씨는 급기야 지난 달말 자살을 결심하고 “가난은 죄가 아니건만 돈이 없어서 인간 구실을 못한 것이 가장 억울하고 분하고 슬프다. 사채꾼 OOO, 욕설에 협박에 구타에 견디기 너무 어려워 그냥 죽는 길을 택한다. 가장 불쌍한 건 내새끼들, 엄마 노릇 제대로 못해 가슴 아프다”는 내용의 유서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높은 이자를 챙기는 불법 사채는 한번 발을 담그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고 폭행과 협박 등 2차 피해에 시달릴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