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병 수발한 아내를 둔기로… 얼마나 힘들었으면

입력 2014-09-23 10:25
사진= 기사내용과는 관련없는 파킨슨 치료병원. 국민일보DB

30여년간 수발했던 파킨슨병 아내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의 진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3일 대구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낮 12시 15분쯤 대구 수성구의 한 주택 안방에서 집주인 문모(72)씨가 머리에 상처를 입고 부인(70)이 숨져 있는 것을 아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당초 이들 부부가 동반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오다가 남편 문씨가 둔기로 아내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사실을 밝혀냈다.

문씨는 사건 발생 하루 전인 지난 9일 오후 둔기로 아내의 머리를 8차례 때려 숨지게 한 뒤 자신도 머리를 때려 자살을 시도한 것.

문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아들에게 “미안하다. 엄마랑 같이 (저세상에) 가려고 그랬다”라고 말한 뒤 경찰 조사에서도 30여년간 파킨슨병 아내를 수발해오다가 너무나 지쳐 함께 세상을 떠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문씨가 장기간의 병수발을 견디지 못해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반자살 계획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일단 살인 혐의를 적용, 문씨가 회복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