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 다비드 칼리 그림책 '어쩌다 여왕님' 번역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본명 조윤석·39)이 스위스 태생 이탈리아 작가인 다비드 칼리의 그림책 '어쩌다 여왕님'을 번역했다.
올해 초 제주에 정착한 루시드폴은 지인의 소개로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게 됐고, 책 읽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아이들이 떠올라 그림책을 번역하게 됐다고 한다.
그림책은 처음이지만 그는 앞서 브라질 음악가 시쿠 부아르키가 쓴 소설 '부다페스트'를 번역한 바 있다.
루시드폴은 출판사 책읽는곰을 통해 "번역도, 아이들과의 교감도 서투른 사람이지만 부족한 힘으로나마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하고 싶다는 바람 혹은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비드 칼리는 그림책, 만화, 시나리오 등 여러 작업을 통해 풍부한 상상력과 재치있는 글로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다.
바오밥 상을 받은 '나는 기다립니다'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등장했고,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라가치 상을 받은 '피아노 치기는 지겨워'는 국내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최근 출간된 '어쩌다 여왕님'은 사회풍자적이면서도 재치있는 이야기와 이탈리아 화가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마르코 소마의 우아한 그림이 조화를 이뤘다.
권력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는 여느 그림책보다 다소 묵직하다.
어느 날 개구리들이 사는 연못에 왕관이 떨어지고 그 왕관을 손에 넣은 개구리가 여왕으로 군림하게 된다. 그전까지 개구리들은 스스로 파리를 잡았고,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벌을 받는 이들도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개구리는 "어쩌다 당신이 여왕님이 된 거죠?"라고 따져 묻지만 묵살당한다. 왕관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연못은 다시 예전 모습을 찾지만, 권력의 달콤함이 휩쓸고 간 그곳은 예전 같지 않다.
출판사는 "루시드폴이 여러 언어 판본을 놓고 꼼꼼히 확인하며 단어 하나하나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노래 만드는 이의 감각이 묻어나는 운율이 느껴지는 문장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책읽는곰. 44쪽. 1만1천원.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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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이 그림책 번역까지…루시드폴이 만난 다비드 칼리
입력 2014-09-22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