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직 외교관 “언론 객관성 상실, 아베 홍보 방송”

입력 2014-09-18 22:23
일본의 한 전직 외교관이 자국 언론 보도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편향된 양태를 보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의 TV와 신문에 객관적인 것이 없어졌다. 아베씨의 홍보지, 홍보방송이 됐다.”

“일본 언론이 이 정도로 심각했던 적은 없었다. 아베 총리가 거짓말을 하거나 궤변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고사키 우케루(孫崎享) 전 일본 외무성 국제정보국장이 18일 도쿄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무라야마담화를 계승·발전시키는 모임’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쏟아낸 말이다.

마고사키 전 국장은 자국 언론의 편향 보도 사례로 작년 12월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80세 생일을 맞아 행한 기자회견에서 “전후 연합군 점령 하에 있던 일본은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소중한 것으로 삼아 일본국 헌법을 만들었다”고 한 발언을 공영방송인 NHK 뉴스가 보도하지 않은 사실을 거론했다. 헌법 개정을 지향하는 아베 정권의 눈치를 본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오래 근무한 러시아와 중동에서는 국민이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 소셜미디어 등에 의지한다고 소개한 뒤 “그러나 일본에서 소셜미디어를 이끄는 사람들은 ‘네트우익(인터넷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극우 성향의 네티즌들)’”이라고 개탄했다.

마고사키 전 국장은 1966년 외무성에 입부해 구(舊) 소련, 이라크, 캐나다 등지에서 근무한 뒤 국제정보국장, 방위대학 교수 등을 거쳐 2009년 관가를 떠났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