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비밀의 문'서 영조역…"늘 마음에 품었던 역"
우리는 세종대왕이 현명하고 냉철한 군주이면서도 고뇌를 거듭하는 한 인간이었음을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인상적인 세종대왕 연기를 선보인 배우 한석규(50)가 SBS 새 사극 '비밀의 문: 의궤 살인사건'에서 다시 왕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그가 "늘 마음에 품었던 인물"이라는 조선 21대 임금 영조다.
영조는 오래 살면서 많은 업적도 남겼지만 친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고 죽게 한 비정한 아버지로도 알려졌다.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한석규는 "영조라는 그 사람 자체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제가 연기했던 세종대왕은 왕권이 가장 강했던 조선초 임금입니다. 반면 영조는 왕권이 가장 약한 중기 이후 임금입니다. 그 인물이 그때 그 시간에 있었기에 그런 비극이 벌어진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영조라는 사람 그 자체'가 어떤 모습인지를 궁금해하는 질문에 한석규는 "하아"하고 한숨을 뱉으며 한참 동안 답을 망설이더니 "영조는 그냥 사람"이라고 답했다.
한석규는 "가령 사랑에는 웃음, 질투, 따뜻한 그리움 등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다"면서 "이처럼 인간이 가진 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 영조라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점 때문에 영조를 연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20대에 셰익스피어 리어왕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리어왕은 연기 전공자들에게는 정말 꿈의 배역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하고 싶었던 배역이 바로 영조라는 인물이에요. 제가 영조를 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것은 나이를 먹어서인 것 같아요. 이제 영조는 왜 그랬을까, 하고 자꾸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거든요."
한석규는 '뿌리깊은 나무'로 재발견됐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도 이번 작품에서까지 왕을 연기하면 이미지가 한쪽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단점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석규는 이에 "그런 단점이 또 장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생겨난 이미지에 플러스 알파를 해서 영조라는 인물을 잘 만들어 가면 장점이 되지 않을까"라는 여유 있는 답을 내놓았다.
한석규는 이날 맛보기로 공개된 영상에서 특유의 여유롭고 온화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불안에 시달리고 눈물을 마다하지 않으며 아들을 포함한 주변 사람 모두의 마음을 시험하는 영조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극중 사도세자로 분한 이제훈과 영화 '파파로티'(2012)에서 사제지간으로 출연한 데 이어 부자의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같이 작업했던 관계인만큼 다시 만나니 기쁘다"면서 친밀감을 표했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이 일은 사람을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 작업이 가장 어렵습니다. 시청자들이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 인물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정말 힘들어요."
"연기는 어렵지만 시행착오를 많이 해서 지금은 할 만하다"며 쑥스럽게 웃은 한석규가 분한 영조의 첫 모습이 오는 22일 밤 방송에서 공개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airan@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