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개종을 거부해 임신한 채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수단의 기독교 여성 메리암 이브라힘(27)이 미국 망명 후 가진 첫 언론 인터뷰에서 “믿음이 없다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라고 간증했다.
이브라힘은 최근 미국 방송 폭스뉴스에 출연해 “(종교적 신념 때문에)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가”라는 질문에는 “믿음은 곧 생명을 의미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죽음 앞에서도 신앙을 놓을 수 없었던 분명한 이유를 고백한 것이다.
어깨까지 오는 단정한 머리에 흰색 재킷을 차려입은 이브라힘은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확신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그 믿음에만 의지했다”고 말했다.
이브라힘은 수단법원이 최종 판결 전 이슬람학자를 투입해 자신을 회유했다고 전했다. 그는 “3일 동안 나는 상상할 수 없는 압박에 시달렸다”며 “그러나 이슬람학자와의 대립 속에서 내가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무기는 바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었고 그것은 내가 가진 전부였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님께서 나를 도와주실 것을 굳게 믿었다”며 “그분은 내 기도에 응답하셨다”고 덧붙였다.
이브라힘은 임신 3주차부터 감옥에 갇혀 쇠사슬에 묶인 채 출산한 기억으로 아직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수단 등 아프리카의 여성과 어린이, 핍박받는 이들을 돕고 싶다”며 앞으로의 희망을 내비쳤다. 그는 “수단과 세계에는 수많은 ‘메리암’이 있다”며 모진 시련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는 많은 기독인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이브라힘은 어린 시절부터 이슬람교인 아버지와 떨어져 기독교인 어머니와 살았다. 2011년 수단에서 미국인 기독교인과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 아버지 쪽 친척으로부터 고발당한 이브라힘은 기독교 개종 등 혐의로 지난 5월 사형을 선고받았다. 둘째를 임신 중이었던 이브라힘이 어린 아들과 함께 감옥에 갇힌 채 비인도적 처사를 당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공분이 일었다. 수단 정부는 결국 사형을 철회했고 이브라힘은 지난 8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임신부 사형수' 수단 기독여성 "믿음없이 살아도 산거 아냐"
입력 2014-09-18 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