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되겠지’의 작가 김중혁, 공장에 다녀와 ‘메이드 인 공장’ 내놔

입력 2014-09-18 22:22
사진=연합. 워터마크도 있다.

<공장 간 소설가, 소설의 가치를 발견하다>

김중혁 에세이 '메이드 인 공장' 출간

소설가 김중혁(43)이 별난 작업을 했다.

1년 넘게 여러 공장을 '전전'하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공장의 풍경을 관찰했다. 둘러본 공장도 다양하다. 제지 공장, 가방 공장, 초콜릿 공장, 지구본 공장, 라면 공장, 브래지어 공장, 콘돔 공장…

그에게 사실 공장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인구가 채 10만 명도 안 되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반 등수가 떨어지거나 조금이라도 어긋난 행동을 하면 아버지에게 "공부 당장 때려치우고, 공장 가서 기술을 배우라"는 말을 들었다.

공장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공부에 매진했다는 작가가 공장에 처음 가 본 것은 20대 중반 프리랜서 기자 시절이었다.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그는 원료를 넣으면 제품이 뚝딱 만들어지는 공장이 무척 부러웠다고 한다. 그러고는 콤플렉스에 빠졌다.

"내 소설은 어떤 '물건'이고, 어떤 '제품'일까. 나눈 누군가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신간 '메이드 인 공장'(한겨레출판)은 다시 공장을 찾은 작가가 2012년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1년 넘게 여러 공장을 돌아보고 쓴 에세이다.

작가는 18일 연합뉴스에 "공장들이 인건비 문제로 중국으로 많이 나가 있어서 생각보다 공장 선정이 힘들었다"면서 "물건이 어떻게 나오는지 상세한 얘기도 하고 사람들 얘기도 하고 싶었는데 일하는 사람들을 붙잡아 물어보는 게 멋쩍고 해서 공장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썼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물건들이 공장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훔쳐보고 싶은 마음'에서 공장 탐방에 나섰다는 작가는 소설가 지망생 시절 품었던 질문인 '소설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답도 찾았다.

"보일러가 고장 났을 때 내가 전화로 누군가를 부르듯, 인생이 고달픈 누군가가 내 소설을 펼쳐들 것이다. (중략) 나는 글을 쓰는 일이 공장에서 하는 일보다 우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공장에서 무언가를 생산하는 일이 소설을 쓰는 일보다 구체적이며 직접적이고 의미 있는 일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일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위로를 받는다. 인간들은 대체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공장과 공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나이를 넘겨 이제는 '공장 공포증'에서 벗어났다는 작가의 유머와 재치 넘치는 글솜씨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이 책은 일간지 '한겨레'에 1년간 연재한 글을 엮은 것이다.

248쪽. 1만3천원.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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